한국일보

유엔 인도적 사업, 트럼프 집권 중대변수…자금난 해법 고심

2025-01-17 (금) 09: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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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WHO 탈퇴·유엔 예산지원 삭감 등 공언

▶ 자금 수요는 급증…최대기부국 미국 빠진 채 사업 지속 어려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집권을 목전에 두고 유엔과 산하 기구들이 자금난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유엔의 인도적 사업에 매우 회의적이라 향후 최대 기부국인 미국의 지원 급감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17일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 따르면 인도적 사업을 관장하는 유엔 산하 기구들은 올해 긴급 구호자금 수요를 집계하고 있다.


먼저 모금 목표를 제시한 곳은 세계보건기구(WHO)다.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벌이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 15일 휴전 합의에 이르면서 이미 황폐화한 가자지구의 보건 시스템을 재건할 계획이 수립됐다.

가자지구 외에도 분쟁에 시달린 중동을 포함한 세계 42개 보건 긴급상황 지역에서 3억명 이상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15억 달러(2조1천864억여원)를 긴급 자금으로 모금해야 한다고 WHO는 밝혔다.

이는 WHO의 정규 예산으로 쓰이는 모금액과는 별개다. WHO의 연간 정규 예산은 2024∼2025년 회계연도에 68억달러(9조9천100억여원) 정도로 잡혀 있다.

1년5개월간 전란을 거치며 보건 위기에 처한 가자지구의 상황은 시급하다.

WHO는 유엔의 기여 외에도 국제사회의 도움을 얻어 가자지구에 병원을 복구하고 의료 시스템을 재건해야 한다고 본다. 향후 6∼7년간 보건 시스템 재건에 100억 달러(14조5천억여원)가 소요된다는 게 WHO의 진단이다.

자금 수요는 급증했는데 모금 여건은 가장 위태로워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직후 WHO에서 탈퇴하겠다는 입장을 대선 과정에서 여러 차례 내비쳤다.

그는 집권 1기이자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7월 WHO가 중국에 편향적이라고 비난하면서 탈퇴를 통보한 적이 있다. 다만 통보 후 1년 뒤에 정식 탈퇴가 가능한데, 정권을 넘겨받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듬해 1월 취임 당일 곧바로 WHO 복귀를 발표함에 따라 탈퇴가 현실화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언한 대로 미국이 탈퇴한다면 WHO는 최대 자금줄을 잃게 된다. 미국은 WHO 정규 예산의 5분의 1을 책임지고 있으며 지난 2년간 WHO가 모금한 긴급 자금의 34%를 기부했다. WHO로선 일부 사업 중단까지도 감수할 수밖에 없는 모금 위기를 눈앞에 둔 셈이다.

인도적 업무를 수행하는 다른 유엔 기구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유엔 인도적업무조정실(OCHA)이 작년 말 모금 목표로 제시한 올해 인도적 사업 자금은 470억 달러(68조5천억여원)에 이른다. 전 세계 분쟁 및 재해 지역 3억5천500만명에게 지원할 금액이다. 그러나 실제 모금액은 여기에 절반도 못 미칠 거라는 우려가 벌써 제기된다.

미국은 유엔 전체 기부금의 28%를 담당한다. 제네바에 소재한 인도적 사업 기구들은 그 의존도가 더 높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경우 예산의 40.7%를 미국이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유엔의 인도적 사업 전반을 바라보는 트럼프 당선인 진영의 시각이 회의적이라는 점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유엔 대사로 임명한 엘리스 스테파닉 하원의원은 "유엔의 반이스라엘 편향성 때문에 유엔에 대한 자금 지원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유엔 산하 기구들은 감원 등 비용 절감을 위해 힘을 쏟고 있지만 미국의 지원 삭감이 현실화하면 그 공백을 메우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WHO 사무총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충분하고 지속 가능한 자금이 없으면 누구는 도움을 받고 누구는 못 받는지를 결정해야 하는 불가능한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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