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계엄 당일 경찰 “도대체 누구 체포”…방첩사 “한동훈·이재명”

2025-01-15 (수) 08: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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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호·김봉식 공소장…경찰청장에 “한동훈 체포조 5명 지원” 보고

▶ 경찰 “이재명·한동훈 들은 사실 없어…검찰이 방첩사 진술만 채택”
▶ 국회 출입통제 당시 조지호 “포고령 안 따르면 우리가 체포”

계엄 당일 경찰 “도대체 누구 체포”…방첩사 “한동훈·이재명”

‘12·3 비상계엄’ 기획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24년12월24일(한국시간) 오전 서울 은평구 서울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

12·3 비상계엄 사태 당일 국군방첩사령부로부터 체포조 지원을 요청받았던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체포 대상 정치인 명단을 방첩사로부터 전달받은 정황이 검찰 공소장에 담긴 것으로 16일(한국시간) 확인됐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95쪽 분량의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공소장에는 이현일 국수본 수사기획계장이 당일 밤 11시 32분부터 20분간 구인회 방첩사 수사조정과장과 두 차례 나눈 통화 내용이 적시됐다.

구 과장은 "경찰 인력 100명과 호송차 20대를 지원해달라"며 "방첩사 5명, 경찰 5명, 군사경찰 5명 이렇게 한 팀으로 체포조를 편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되는대로 경찰관을 국회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이 계장은 "도대체 누구를 체포하는 것입니까"라고 물었고, 구 과장은 "한동훈, 이재명 대표"라고 답변했다.

특정 정치인을 체포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 이 계장이 이후 전창훈 수사기획담당관, 윤승영 수사기획조정관에게 이러한 내용을 보고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윤 조정관은 밤 11시 59분께 조지호 청장에게 "한동훈 체포조 5명을 지원해달라고 한다"는 내용을 보고했고, 이 계장에게 "경찰청장에게 보고가 됐으니 방첩사에 명단을 보내주라"고 지시했다.

윤 조정관은 우종수 국수본부장에게도 전화로 방첩사 지원 요청과 그에 따른 명단을 조 처장에게 보고하고 조치했다고 보고했다.

당시 제주도 출장 중이던 우 본부장은 이러한 보고를 받고 윤 조정관을 크게 질책했다고 앞서 밝힌 바 있다. 이미 명단은 방첩사에 넘긴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이후 영등포경찰서 형사 60여명은 당시 국회 인근에 모였다.


조지호 청장은 사실상 불법 체포조 지원 요청 사실을 보고받고도 별다른 조치 없이 묵인·방조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은 언론 공지를 통해 "수사기획계장은 방첩사로부터 이재명·한동훈 대표를 들은 사실이 없다"며 "검찰이 방첩사의 진술만을 채택해 작성한 공소장 내용으로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국수본은 그간 현장에 파견된 영등포경찰서 형사 10명은 누군가를 체포한다는 인식이 없었으며 수갑도 소지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방첩사 인력도 만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당시 국회 수소차 충전소 앞에 영등포서 형사 60여명이 모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국회 담장이 무너질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달려간 것이었다고도 설명했다.

계엄 당일 서울청 간부가 국회 전면 출입 통제에 반대했지만, 조 청장이 이를 강행한 정황도 속속 드러났다.

오부명 서울청 공공안전차장은 오후 11시 41분께 임정주 경찰청 경비국장에게 "국회의원까지 출입을 다시 전면 차단하는 것은 헌법 77조에 맞지 않는다"며 "경찰청에서 다시 검토해서 지침을 달라"고 요청했다.

임 국장을 통해 보고받은 조 청장은 "포고령을 따르지 않으면 우리들이 다 체포된다. 지시대로 하라"며 국회의원 출입 차단 지시를 유지했다.

조 청장은 또 "이런 상황에서 경찰서장이 국회 상황을 지휘하면 되겠느냐"며 "서울청 공공안전차장이나 지휘부가 나가서 국회 현장을 지휘하라"고 지시했다.

임 국장을 통해 지시를 전달받은 오 차장은 4일 오전 0시 37분께 국회의사당역 앞에 도착해 오전 3시 50분까지 국회 현장을 지키며 경찰 기동대 등을 지휘했다.

경찰 병력을 몰래 이동시키려고 했던 상황도 드러났다.

김봉식 서울청장은 또 오후 9시 16분께 광화문 타격대를 오후 10시까지 국회로 조용히 이동시킨 후 주변에 대기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서울청 경비부장은 이러한 지시를 하달하면서 "서울청 경비지휘 무전망을 사용하지 말고 일반 전화로 연락하라"고 말했다.

김 청장은 또 '수도방위사령부 대테러 특임대가 국회에 도착하니 협조해달라'는 이진우 수방사령관의 요청을 받고 "군인과 민간인은 복장으로 쉽게 구별되니 군인은 국회 출입을 허용하라"고 서울청 경비안전계장에게 지시했다.

또 비상계엄 선포 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합동수사본부 수사단장을 자신이 맡겠다고 한 사실도 공소장을 통해 새로 공개됐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 선포 한 달 전인 지난해 11월 9일 한 카페에서 문상호 당시 정보사령관, 김봉규 정보사 대령과 만나 "조만간 계엄이 선포될 것이다. 그러면 합동수사본부 수사단이 구성될 텐데 내가 단장을 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를 규명하기 위해 너희들이 선발해둔 인원을 데리고 중앙선관위에 들어가서 직원들을 잡아야 한다"며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내가 처리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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