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카톡으로 받은 문자 중 가장 많았던 문구는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였다. 나 역시 지인들에게 보낸 카드에 그 말을 가장 많이 썼다. 거기에 건강 잘 여미시라는 덕담을 보태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말을 허투루 들어 고생하다 보니 아끼는 이들에게 그 말을 꼭 당부하고 싶었다. 꾹꾹 눌러 담은 진심이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손 카드를 보냈다.
복을 한자로 표기하면 ‘福’이다. 얼마나 간절했으면 복이라는 말을 두 번이나 써서 ‘복 복’ 자라 명했을까. 인심 좋은 조상들의 복을 염원하는 마음이 담긴 듯하여 사랑스럽다. 말일이 되면 은행 잔고에서 집세를 포함한 공과금이 줄줄이 빠져나간다. 잔고를 채우러 은행에 갔다. 입금하고 나오려는 데 출납계 여직원이 “good luck”이라고 인사를 했다. 보통 때는“Have a wonderful day”와 유사한 부류의 인사를 나눴던 것 같은데, 미국 사람도 새해엔 고객의 복을 빌어 준다는 사실이 새롭게 와 닿았다.
새해에 서로의 안부를 묻고, 덕담하고, 복을 빌어주는 것만큼 아름다운 문화가 또 있을까. 지인들이 기원해 준 덕담대로만 이뤄진다면 나의 2025년은 건강할 것이고, 소원을 이룰 것이고, 행복할 것이고, 건필, 건승하여 대박이 날 것이다. 말만 들어도 부자가 된 듯하니 덕담하는 풍속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진심이 담긴 덕담은 좋은 에너지로 환원되어 살맛 나게 해주는 힘을 지녔다.
삶이 각박해서인지 현대인들은 전자카드에 안부 한마디 덧붙이는 것조차 인색하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이모티콘만 날린 문자를 받을 때면 마음이 서늘해진다. 아마도 사람의 말이 그리워서였을 것이다. 이모티콘이 인사를 하면,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휴대전화 위에 선 엄지들이 쭈뼜거린다. 일년내 연락이 없던 지인들도 연말연시가 되면 생존 신고하듯 안부를 전해오곤 한다. 영혼 없는 이모티콘이 대부분이다. 어디서 퍼 왔는지 똑같은 게 여러 개다. 잘 지내냐는 말 한마디 찍어 보내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인가 싶어 서운했다가 기억해 준 게 고마워 감사하게 된다. 잊히지 않은 존재라는 것에 만족하자 마음먹으니 얹혔던 서운함이 가라앉았다.
올해는 손 글씨로 쓴 종이 카드를 두 장이나 받았다. 얼마나 반갑고 좋든지 끌어안아 주었다. 한국 사람 인심은 어떤 민족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일 년에 한 번 복을 빌어주어도 감사한 데, 한 번으로는 부족하여 신정에 한번, 구정에 또 한 번 빌어주니 말이다. 혹여 놓친 분이 있다면 구정에 챙겨야겠다. 카톡 전자카드를 쓰기도 했지만, 스마트 폰에 익숙지 않은 어르신들께는 손 카드를 써 보냈다. 복을 빌어준 지인들이 내 덕담에 힘입어 새해에는 범사가 잘되고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복을 받으라는 말보다 복을 지으라는 말이 더 좋다. 오래전 지인으로부터 받은 카드에서 복을 지으라는 말을 처음 만났을 때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 같았다. 다들 복을 받으라고 썼는데, 복을 지으라니! 일순간 받는 것을 기뻐하고, 복 내려 주지 않는 것이 서운하여 하늘 향해 분노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지나온 삶을 성찰했던 그날이 없었다면 복을 짓고 나누는 사람이 되진 못했을 것이다. 좋은 말은 사람의 생각을 바꾸고 삶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침통한 마음으로 깊은 애도를 표하며 국가애도기간을 보내는 중이다. 온 국민의 애도와 애끓는 기도가 하늘에 닿아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위로와 평화가 함께하길 바라고, 모국인 대한민국이 하루속히 안정되어 반석위에 우뚝 서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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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애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