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새해가 밝았다. 을사년 뱀띠해인 올해는 특히 푸른 뱀의 해로 불린다. 십이지에서 지혜와 영민의 상징 뱀이 청색을 뜻하는 ‘을(乙)’과 합쳐져 역동하는 생명력과 참신한 변화의 시작, 그리고 새롭게 도약하는 에너지가 넘치는 해로 해석될 수 있다.
이렇게 출발한 새해 벽두부터 우리는 격동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 우리는 여전히 전쟁의 포화로 인해 암울한 지구촌 정세와,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소추의 소용돌이 속에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격랑이 일고 있는 모국 대한민국의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새롭게 출범하는 트럼프 2기가 전 세계에 미칠 충격파로 우리가 아는 세계 질서가 재편될 수도 있는 전환점에 놓여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의 시대 속에 새해 새 출발의 선상에 서서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바로 변화와 변혁을 통한 희망이다. 낡은 갈등과 충돌의 구도를 타개하고, 평화와 공존, 화합의 정신을 되찾을 수 있다는 의지로 새로 열린 365일의 여정을 헤쳐 나가야 한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테러가 촉발한 가자 전쟁은 1년을 훌쩍 넘겨 새해 들어서도 여전히 해결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타결 희망을 부풀렸던 휴전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하마스가 억류하고 있는 인질들의 석방이 언제 이뤄질 지 알 수 없고, 이스라엘의 공습과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도 3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 동남부 전선과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는 격렬한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북한군 병력까지 파병돼 러시아군과 함께 전투에 나서면서 수천명의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등 전쟁의 양상은 격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장 시급한 것은 가자지구를 둘러싼 중동과 우크라이나의 전장에서 포화와 포성이 멈추고 무고한 생명의 희생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을 모으는 것이다. 지구촌이 21세기 한복판에서 여전히 재래식 전쟁의 참화로 고통 받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전쟁 당사국들과 미국이 전쟁을 종식시킬 평화안을 도출하는 지혜를 발휘할 수 있도록 기원해야 한다.
미주 한인사회는 새해 초 시작될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 2기 미국 정부는 ‘미국 우선주의’ 부활을 통해 전통적인 동맹 관계보다는 이익을 최우선하는 외교·안보 노선으로 치달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고, 이는 한반도의 경제·안보 환경에도 격랑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정책에 있어서도 이민과 교육, 환경 등 각 분야에서 이전 정부 지우기에 나서면서 반이민·반환경 기조가 더욱 독해지고 기존의 연방정부 관료 조직에 대한 파괴 실험까지 과감히 나설 모양새여서 그 어느 때보다 파장이 클 전망이다. 트럼프 1기에서 경험한 것처럼 이민자 사회를 옥죄는 조치들이 이어지고, 아시안 증오를 부추기는 차별적 행태들이 다시 시작될 지도 모른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우리에게 특히 필요한 것은 미주 한인들의 정치적, 경제적 힘이다. 다행인 것은 한인 1세대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한인 2·3세대들이 속속 주류사회에 자리를 잡으면서 경제력이 커가고 있고 한인 정치력 신장의 토대도 갈수록 굳건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로 지난해 11월 선거를 통해 미주 한인사회는 최초의 한인 연방상원의원을 배출할 수 있었고 한인 연방하원의원 3명도 지켜낼 수 있었다, 또 전국 각 주와 시 등 로컬 차원에서도 선출직 공직자들이 더 많이 당선되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를 바탕으로 을사년 한 해 동안 한인사회는 우리가 마주할 도전과 역경에 맞서 변화와 변혁을 일으킬 수 있다는 희망과 긍정의 힘으로 함께 손잡고 나아가야 한다. 격변하는 정세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희망을 찾고, 푸른 뱀의 해가 뜻하는 역동성과 새롭게 도약하는 에너지를 잃지 말아야 한다.
새로운 시작은 항상 새로운 기대로 부풀게 한다. 이제 신발 끈을 질끈 동여매고 힘차게 새해의 첫걸음을 내딛자. 이제 새롭게 펼쳐질 을사년의 하루하루를 일신우일신의 자세로 희망을 찾아 도약하는 한인사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