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2.0 정부 출범 ‘날개’
▶ 첫 10만 달러 돌파했다 조정
▶ 업계 “수년래 15만 달러 가능”
▶ 거래 규모도 10조 달러 넘어
▶ 일각 “조정기 거칠 것” 전망
가상화폐가 ETF 현물거래 허용, 트럼프 행정부 재집권 및 규제완화 기대 등에 10만 달러를 돌파하며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다. [로이터]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의 가격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10만 달러를 지난 12월5일 사상 처음으로 돌파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등 각국 정부의 통제와 감시에서 자유로운 대안 화폐라는 평가와 함께 투기적 자산이란 따가운 시선을 받는 등 이중성을 지닌 비트코인의 가치가 탄생 15년 만에 처음으로 개당 10만 달러 선을 넘어선 것이다. 비트코인은 2008년 탄생하고 2009년부터 거래가 시작됐다. 2017년 11월 사상 처음 1만 달러를 돌파한 지 7년 만이다. 그러나 연준의 금리정책이 새해를 앞두고 매파적으로 돌아서면서 가치가 다시 큰 폭으로 하락하며 12월23일 기준 다시 9만2,000달러대까지 미끄러지는 등 조정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약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과 호재만 있으면 다시 가파르게 오르며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는 지난 2024년 11월 5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트코인은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거칠 것이 없는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은 대선 약 한 달 만인 2024년 12월5일 10만 달러선을 넘어 장중 한 때 개당 10만4,000달러 가까운 가격에 거래됐다. ‘친 비트코인 대통령이 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에 따른 규제완화 기대감이 랠리를 이끈 결과다.
이후 조정이 이뤄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12월 중순에는 10만 달러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으나 무엇보다 비트코인 강세에는 지난해 1월 연방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소 상장과 거래를 진통 끝에 승인한 것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상장개방형 펀드로도 불리는 ETF는 주가지수나 금, 은 등 특정 자산의 가격을 추종하도록 설계된 펀드다. 실물을 사지 않고도 해당 자산에 투자할 수 있고 증권거래소에서 간단히 사고팔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일반인들의 접근이 쉬워 지금껏 제도권 바깥에 머물던 비트코인이 세계 금융시장 주류에 편입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실제 암호화폐 전문 매체들은 지난해 미국 내 비트코인 현물 ETF에 순유입된 자금이 최소 340억달러 규모에 이른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중 최소 110억달러 가량이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유입됐다고 보도했다.
또한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2조 달러를 넘어선 2조410억 달러 수준으로, 전 세계 자산 시총 순위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약1조7,960억달러)를 밀어내고 7위에 올랐으며 6위 구글 모회사 알파벳(약 2조1,430억달러)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차기 연방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으로 가상화폐에 우호적인 폴 앳킨스가 지명됐다는 소식에도 추가 상승 탄력을 받았다. 대선 전까지 7만 달러를 밑돌았던 비트코인 가격은 “친 비트코인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약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상승세를 탔고 대선 승리 약 한 달 만에 10만달러 선까지 넘어섰다. 미 대선 이후에만 50% 넘게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초 5만 달러를 밑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100% 넘게 오른 것이며, 2022년 11월 가상화폐 거래소 FTX 붕괴 여파 당시 1만6,000달러를 하회한 것보다는 550% 높은 수준이다.
참고로 세계 최대 비트코인 주체는 연방정부다. 보유한 비트코인만 20만개로 현재 가격으로 약 210억 달러에 해당한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는 2021년 2월 당시 15억 달러를 투자해 비트코인을 사들였다. 그해 4월 보유분의 10%를 처분했지만, 여전히 막대한 양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매입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5만7,000달러대 안팎이었다.
비트코인 가격의 전망에 대해서는 아직도 견해가 갈린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애널리스트 제프 켄드릭은 앞서 “랠리가 이제 막 시작했다”면서 올해 말까지 20만달러까지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 바 있다. 관련 ETF로의 자금 유입 및 비트코인 채굴량이 4년마다 절반씩 줄어드는 이른바 반감기 효과가 여전히 유효하고,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가시화 이전 국가나 기업들이 비트코인 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면 비트코인 가격의 변동성 확대가 우려된다는 신중론도 여전하다. 미즈호 증권의 오모리 쇼키 전략가는 “차익 실현 움직임이 있을 것이며 랠리가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더 오르려면 우선 이더리움 등 다른 코인들의 따라잡기 장세가 있을 것”이라면서, 수많은 호재가 이미 가격에 반영된 만큼 실제 트럼프의 취임 후 ‘트럼프 트레이드’가 약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비트코인이 현물 ETF 거래 등을 통해 금융 제도권에 진입하면서 ‘안전성’은 확보됐지만 실제 사용 편의성 등에서 현금이나 크레딧카드, 체크 등과 비교하면 여전히 사용할 곳이 거의 없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자동차 제조업체 테슬라 등이 향후 비트코인을 통한 결제 계획 등을 밝혔지만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앨리슨 슈레이거는 “비트코인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이라면서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에 위험성을 추가하고 싶으면 가상화폐 투자가 어느 정도 타당하지만 레버리지 투자 등 다른 방식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상화폐의 변동성을 보면 좋은 가치 저장 수단이 아니며, 대규모 거래에 실용적이지도 않다”면서 “가상화폐가 결국 법정통화의 안정적 대체재가 되도록 하겠다는 게 새로운 규제 공약이라면 수익률은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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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