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해와 함께 대반전의 상황이…

2024-12-30 (월) 12:00:00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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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은….’ 왠지 호흡이 멎는 느낌이다. 너무나도 복잡다단한, 아니 너무 어이없는 일의 연속인 한 해였기 때문인가.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한 번 써본다. ‘2024년은… 어떤 해였나.’

‘세 대륙에서 동시에 전쟁이 전개됐다. 이스라엘의 가자, 레바논, 우크라이나 그리고 수단이 그 현장이다. 그리고 이상기후에 따른 재난이 잇달았다. 그런 가운데 2차 대전 이후의 다자주의 질서는 무너져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의 한탄이다.

한국의 ‘갑진년(甲辰年)’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방탄, 방탄, 또 방탄, 탄핵, 탄핵 또 탄핵. 그래서 결국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까지 29번 째. 탄핵광풍이 몰아쳤다.


이재명 1인을 위한 광신적 컬트 집단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세운 세계사에 일찍이 유례가 없는 진기록이다. 오죽했으면 한국의 교수신문은 ‘제멋대로 권력을 부리며 함부로 날뛴다’는 뜻의 ‘도량발호(跳梁跋扈)’를 2024년 한해를 돌아보는 사자성어로 선택했을까.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본다. 마냥 암울하기만 했었나. ‘아니, 큰 그림으로 보면 보다 희망찬 메시지를 던진 해가 2024년이다.’ 이코노미스트지의 진단이다.

미국을 포함한 자본주의 서방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탄력적 회복력이 새삼 확인됐다. 동시에 중국 등 권위주의 독재체제의 취약점이 여지없이 드러난 해가 바로 2024년이기 때문이다.

2024년은 전 세계 76개국에서 42억 명의 유권자가 투표권을 행사한 수퍼 선거의 해였다. 모든 선거가 공정한 것은 아니었다. 러시아, 베네수엘라 선거에서 볼 수 있듯이.

그렇지만 이 한 표 행사 대행진을 통해 지구촌 곳곳에서 선거혁명에 가까운 평화적 정치변화가 발생했다. 미국의 경우 잇단 선거폭력 경고가 내려진 가운데 치러진 대선에서 별 사고 없이 트럼프가 압승을 거두었다. 미국 민주주의의 건재를 전 세계에 알린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탄력적 회복력은 경제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미국 경제는 2020년 이후 지속적 성장세를 기록, 그 결과 2021년 미국 GDP의 3/4까지 따라왔던 중국의 GDP는 미국 GDP의 2/3로 줄어들었다.

‘2024년은 권위주의 독재체제의 취약점이 폭로된 해였다.’ 월 스트리트 저널도 동의하고 있다. ‘2024년은 독재자들에게 불운의 해였다’는 지적과 함께.


시리아의 알아사드 세습독재체제가 반군의 공격에 54년 만에 붕괴됐다. 올 12월 초에 일어난 사태다. 이보다 앞선 8월에는 15년 동안 철권통치를 해오던 방글라데시의 여자 수상 셰이크 하시나 와즈드가 학생시위에 쫓겨나 인도로 망명했다.

‘피플 파워’의 압력에 붕괴 직전에 몰려있는 독재 권력은 하나둘이 아니다. 베네수엘라의 마두로체제, 이란의 회교혁명정권, 미얀마의 군사정권 등이 그 후보들이다. 이밖에 많은 권위주의체제들도 ‘아찔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 스탠포드 대학의 래리 다이어몬드의 지적이다.

독재세력에게는 정말이지 저주에, 악운이 겹친 것 같다. 그 상징적 사건은 시리아사태다.

강한 것 같이 보인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진다. 그런 독재체재의 실상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리고 다른 독재체재와의 동맹도 덧없는 노고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극명히 보여주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올해 권위주의 체제들에 닥쳐온 사건 중 시리아사태는 가장 큰 파장을 던지고 있다.

그 최대 피해자는 이란이다. 하마스, 헤즈볼라 등 이란의 사주를 받고 있는 ‘저항의 축’이 모두 무너졌다. 본토가 공격당하는 굴욕을 겪었다. 그리고 사실상 속국과 다름없는 알아사드체제 시리아를 상실했다. 그 결과는 망가진 경제에 확산되어가고 있는 국민적 분노다.

이란에 못지않은 ‘루저(loser)’는 푸틴의 러시아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80만에 가까운 전상자를 냈다. 그런데다가 경제는 결딴이 날 지경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시리아 사태로 푸틴의 국제적 위상은 말이 아니게 됐다.

독재자들에게 퍼부어진 저주는 아시아로도 전이되고 있다. 경제가 엉망이다. 그 가운데 불온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의 재등장으로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중국이 처한 상황이다. 중국에 의존해오던 미얀마 군사독재 정권은 코너에 몰려 마지막 숨을 헐떡이고 있다.

무엇을 말하나. CRINKs(중-러-이란-북한 블록)형성과 함께 그 기세가 자못 등등했었다. 그 독재세력들이 자유 민주주의진영과의 대결에서 예기치 못한 좌절과 함께 일패도지(一敗塗地)의 상황에 몰렸다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만 지나친 낙관은 시기상조다.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전체주의의 대립은 당분간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어서다.

도량발호(跳梁跋扈), 오로지 이재명 방탄을 위해 연쇄탄핵을 마다않으며 날뛰고 있는 민주당과 종중종북세력. 한국의 상황이 그 한 예고편이 아닐까.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진영에 남느냐, 북-중-러 전체주의로 가느냐, 그 갈림길의 막판 결전단계에 접어들면서 대한민국수호 세력과 대한민국 정체성 파괴 내란세력의 대결은 단순한 정치 내전을 넘어선 국제전 양상을 보여 하는 말이다.

승리는 결국 자유진영의 편이 될 것이란 강한 예감이다. 모든 것을 차치하고라도 ‘패륜에, 잡범 전과자인 이재명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된다.’ 이는 대한민국의 집단지성이, 더나가 서방 자유민주주의 세계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기에…

새해와 함께 상황의 대반전을 기대해본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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