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류독감·살모넬라 등 전국 공급 규모 급감
▶ 연휴 특수 겹치며 가중
▶ 식탁 물가 전반 ‘들썩’
연말을 맞아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조류 독감 확산과 살모넬라균 오염 등으로 공급은 급감하면서 계란 가격이 전국적으로 다시 치솟고 있다. [로이터]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 등의 여파로 계란 공급에 큰 차질이 빚어지면서 가격이 급등, 가계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25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전국 계란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해 계란 소비가 많은 연말이 되면서 가격이 가파르게 더 오르는 추세다.
연방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12개 A등급 대형 달걀 소매 가격은 평균 3.65달러로 집계돼 전월(3.37달러)보다 8.3% 올랐다. 올해 연초 2.50달러 대비 46%나 오른 가격이다.
12월 들어서도 계란 가격은 계속 상승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계란 12개의 평균 도매가격이 1년 전보다 180% 넘게 올랐고, 1주일 전보다는 18% 상승했다.
계란 가격 급등의 주요 원인으로는 확산 중인 조류 인플루엔자의 영향이 가장 크다.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올해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수백곳의 낙농장으로 확산했고, 사람에게까지 전염돼 지난 4월 이후 현재까지 65명의 발병 사례가 보고됐다.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양계장에서는 추가적인 감염을 막기 위해 산란계를 대규모 살처분하는 경우가 많다. NYT는 미국 내 최대 계란 생산 지역인 아이오와주 농무부가 이달 들어 400만여 마리의 암탉을 기르는 양계장을 포함해 다수의 양계장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확산하는 살모넬라균 유행도 계란 공급에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달 5개 주(앨라배마·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사우스캐롤라이나·테네시주)의 코스코 매장에서 판매된 일부 계란이 살모넬라균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돼 공급업체 측이 자발적인 리콜을 벌였다.
지난 20일 연방 식품의약국(FDA)은 코스코에서 판매된 해당 계란을 “심각한 건강상의 악영향 또는 사망”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 해당하는 ‘1급 리콜’ 대상으로 재분류했다. 이런 악재들이 겹치면서 최근 식료품 매장에서는 계란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인구가 가장 많은 가주에서는 상당수 소매점 진열대에서 계란이 아예 사라진 상태다.
미시건주립대 식품 경제학자 데이비드 오르테가는 계란 소매 가격의 단기 전망이 “별로 좋지 않다”면서 양계 농가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피해 이후 닭을 다시 키우고 계란 공급을 재개하는 데는 약 4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에서 계란은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요리로 사용할 수 있고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어서이다. 그러나 이제 계란도 마음대로 먹을 수 힘든 시기가 도래했다.
고정 수입에 의존하는 서민층은 이제 계란 구입도 부담이라는 반응이다. 은퇴한 한인 (78)씨는 “계란이 평균 5달러를 훌쩍 넘고 더 비싼 제품도 수두룩하다”며 “비싼 쇠고기를 포기한지 오래됐는데 이제는 계란까지 자주 먹기가 힘들어진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2022년 3월 조류독감 대유행 이전에 달걀 공급은 안정적이었고, 도매가는 12개당 1.50달러 이하로 유지됐다. 그러나 이후 발생한 조류독감으로 시장이 붕괴하며 2022년 12월 이후 기록적인 가격 상승을 초래했다.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미국에 유입된 조류인플루엔자의 확산으로 올해 들어 상업용 산란계 약 3,30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이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1,500만 마리가 지난 10월 15일 이후 살처분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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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