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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 칼럼] 가고 오고

2024-12-24 (화) 12:00:00 로라 김 서예가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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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해가 간다.

새해가 온다.

‘새롭게 비상하는 푸른 용처럼’이라는 글귀를 갑진년 용의 해 그것도 푸른 용의 해에 한국일보 독자를 위해 신년휘호로 쓴 것도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한해를 보내고 새해의 문턱에 있다. 우리는 그 푸른 용처럼 비상을 했을까? 활기차게 날아 올랐을까? 날아 올랐다면 지금 쯤은 어디에 있을까? 비상하다 추락하여 어느 골짜기에 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건 아닐까? 다시 비상할 날을 기다리며. 우린 어느새 이 해의 마지막 날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오고 가고, 가고 오고. 새로운 것이 오는 가 하면 온 것은 어느새 우리 곁을 떠나가고 우리는 또 새로운 것을 기다리고 맞으며 시간과 공간을 엮어나가고 있다. 새벽이 오면 하루가 열리고 한낮이 가고 밤이 온다. 그리고 그 밤은 가고 또 새벽이 오고. 우리는 이렇게 오고 가며 흐르는 시간 속에서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일들을 겪으며 삶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것은 새롭다. 신비롭다.

고고의 울음을 울며 우리 곁에 오는 새 생명 아기는 얼마나 고귀하고 경이로운 존재인가. 새싹을 틔우고 꽃망울을 터트리며 우리의 정원에서 피어나는 장미는 얼마나 청아하고도 아름다운가? 그러나, 어디 오는 것이 다 새롭고 빛나는 것들 뿐이랴? 고통도 오고 아픔도 온다. 원하지도 않고 기다리지도 않았는데 견디기 힘든 고통과 아픔이 찾아오고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휘젓고 있는 때는 얼마나 많은가? 어쩌면 오는 것의 기쁨과 설렘 보다 고통과 아픔의 강도와 길이가 더 길고 무거운지도 모른다.

가는 것은 슬프다. 쓸쓸하다.

가는 것은 사라지는 것이고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다. 여름 내내 푸르름을 자랑하던 싱싱한 잎사귀들이 낙엽이 되어 땅 위를 구를 때 우리는 서글퍼 진다. 다시 온 곳으로 되돌아 가야 하는 우리의 미래를 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남겨놓고 운명의 강을 먼저 건너가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가는 것은 아프고 무섭고 때로는 잔인하기 까지 하다. 그러나 가는 것 또한 꼭 아프고 슬픈 것 만은 아니다. 참고 견디고 이겨 내야 하는 힘겨운 시간들이 잠시라도 우리 곁을 떠나갈 때, 억척같이 살아온 스스로에게 그래도 잘 참았다며 어깨를 토닥여 주기도 한다.

사랑도 오고 간다. 우리의 삶 속에 사랑이 올 때 처럼 아름답고 가슴 뛰는 순간이 있을까? 아! 그러나 우리는 안다. 사랑이 떠나갈 때 얼마나 아픈 지를. 온통 세상이 끝난 것 처럼 막막한 것을. 사랑이 떠나 가지 않도록 꼭, 잘 붙들어야 한다.

내 뜻과는 상관 없이 오늘이 가고 내일이 오고 달이 간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과 해가 바뀌는 섭리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같은 것이 오는 법도 없고 같은 모양으로 가는 것도 없다. 그리고 세상에 오는 모든 것은 언젠가는 반드시 간다는 사실. 그래서 오고 가고, 가고 오는 것은 진리라는 생각을 한다. 헤라클레이토스가 말했다.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라고. 강물은 흐르고, 흐르는 강물은 멈추거나 역류하지 않는데 어찌 두번 발을 담글 수 있겠는가? 허겁지겁 달려온 시간들을 되돌릴 수 없다는 뜻 앞에 매 순간순간의 소중함을 되새겨본다.

<로라 김 서예가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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