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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안정되기 시작했는데…‘고관세·물가 상승 부른다’

2024-12-0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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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1기, 인플레 없었다’
▶ 사업주들은 최악 경우 대비

▶ 중국·멕시코 공장 이전 움직임
▶ 소비자들도 물가 상승 대비

이제 안정되기 시작했는데…‘고관세·물가 상승 부른다’

경제학자들은 고관세 정책이 시행되면 안정되기 시작한 물가 다시 뛸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로이터]

물가가 여전히 높지만, 인플레이션이 그나마 둔화해 소비자은 안도의 한숨이다. 그런데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공약대로 대대적인 고관세 정책을 실행에 옮기면 식료품, 개솔린, 자동차 등 필수품 물가 다시 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차기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까지도 새 행정부 출범 직후 멕시코, 캐나다, 중국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 경제학자들은 대규모 관세가 부과되면 육류, 과일, 채소, 자동차, 의류, 개솔린 등 가계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생활필수품 전반에 걸쳐 가격 급등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경제학자, 관세 정책 → 물가 상승

인플레이션 둔화에 이제야 안도하기 시작한 소비자들에게는 우울한 예측이 아닐 수 없다. 인플레이션이 정상 수준에 근접하고 있지만 신규 차량, 식료품, 주택 가격, 유틸리티 비용 등은 팬데믹 발생 전인 4년 전보다 여전히 20% 높은 수준으로 같은 기간 급여 인상률을 크게 앞지른다. 지긋지긋한 인플레이션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표를 몰아줘 그의 대선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조세 재단’(the Tax Foundation)의 알렉스 듀란테 경제학자는 “물가 상승에 대한 불만이 미국인들의 경제에 대한 시각을 부정적으로 만든 것이 트럼프 당선인 승리 요인”이라며 “그런데 트럼프 당선인이 제시한 관세 정책이 물가를 다시 올리고 경제 규모를 축소시켜 상황을 다시 악화시킬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측, 임기 1기 관세때 ‘인플레 없었다’

트럼프 인수팀은 이 같은 지적에 반박한다. 트럼프 재무장관 지명인 스콧 베센트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일부 품목의 물가가 상승하면 다른 부문 수요가 감소해 물가 상승 효과는 상쇄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반박했다. 베센트 지명인은 래디 쿠들로우 쇼에서 “일부 제품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들은 다른 제품에 쓸 돈이 줄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은 없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은 바이든 행정부 때처럼 시중에 자금이 공급되거나 정부 지출이 늘어날 때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인수팀의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도 새 행정부 출범으로 인한 물가 상승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중국을 대상으로 높은 관세를 부과했지만, 인플레이션은 발생하지 않았고 대신 투자와 일자리가 늘어났다”라며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낮은 인플레이션을 약속한다”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사업주들 최악 경우 대비

하지만 사업주들이 보는 시각은 다르다. 토론토에 본사를 둔 차 제조업체 비소 티 필립 콜 공동 대표는 최근 트럼프 당선인이 캐나다산 수입품에 2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발언을 듣고 놀라움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고 있다는 그는 “생산 비용을 최대한 낮춰보겠지만 25% 관세는 무리한 수준”이라며 “생산자, 판매자, 소비자 모두에게 비용 부담이 되기 때문에 높은 관세로 인한 ‘승자’는 없다”라고 걱정을 내비쳤다. 콜 대표는 미국 시장 수출 중심의 사업 전략도 재검토하고 있다. 현재 제품 절반 이상이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지만 안전한 수출 전망을 위해 영국 및 유럽 대상 수출 비율을 늘려볼 계획이다.


월스트리트 은행들도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 전망에 따라 경제 전망치를 잇달아 수정하고 있다. 도이체 방크는 트럼프 당선인의 최근 발언 직후, 내년 인플레이션율을 기존 2.5%에서 3.9%로 대폭 상향 조정하며 트럼프의 경제 정책이 그의 경제 목표와 상충할 것으로 지적했다. 보수 성향의 ‘조세 재단’(The Tax Foundation) 역시 관세 정책이 시행되면 ‘국내총생산’(GDP)이 약 0.4% 감소하고, 약 34만 5,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경고했다.

■중국·멕시코 공장 이전 움직임

멕시코와 캐나다는 트럼프 당선인이 불법 마약류와 불법 이민자 유입 경로로 지목한 나라다. 두 나라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이뤄진 무역 협정에 의해 대규모 관세 면제 혜택을 받아왔다. 월풀, 허니웰 에어로 스페이스, 제너럴 모터스 등 많은 대기업이 팬데믹을 전후로 관세 면제 혜택을 위해 두 나라로 제조 공장을 이전했다.

타국 공장의 멕시코 이전을 돕는 업체 테크마 그룹 오브 컴퍼니의 앨런 러셀 대표는 “멕시코와의 경제 협력의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다”라며 “멕시코가 없으면 제초 기기, 주방 기기, 자동차에 이르는 모든 제품의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네소타주 위노나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헤더 피터슨도 관세 시행에 따른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녀의 매장에 판매하는 거의 모든 의류와 액세서리가 중국산으로 관세 정책이 시행되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가격을 올리면 노동자가 대부분이 지역 주민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앨라배마주에서 작업용 모자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에릭 바우어 대표도 가격 인상을 준비 중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멕시코 관세 발언이 있기 전까지 바우어 대표는 중국에 있는 공장을 멕시코로 이전해 높은 관세를 피하고 물류비용을 절감할 계획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멕시코마저 고관세 대상 국가로 거론되자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베트남 등 다른 나라로 공장 이전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대규모 생산 기지를 다른 나라로 이전하는 일이 계획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고민만 깊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미 물가 상승 대비

일부 소비자들은 관세 관련 불확실성으로 인해 이미 재정적인 불안을 느끼고 있다.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을 앞두고 생활비 절약을 위해 외식 대신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가구가 늘고 있고 백화점보다는 할인 매장을 찾는 소비자 발길도 늘고 있다.

텍사스주 조지타운에서 제임스와 케이리 리다는 부부는 “가격이 다시 내려가는 것을 이제 막 느끼기 시작했는데, 다시 오를까 불안하다”라며 “집을 사려고 저축에 안간힘을 썼는데 인플레이션 때문에 불가능해졌다”라고 인플레이션 재발 가능성에 대해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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