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위협’ 나흘만에 플로리다로 날아온 캐나다 총리와 만찬회동
▶ 관세 무기로 압박 후 他현안서 협력·양보 이끌어내는 전술 주목
트럼프 당선인과 트뤼도 총리가 2019년 나토 정상회의에서 만난 장면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자신이 최근 관세 부과를 예고한 3개국 중 하나인 캐나다의 정상과 만나 마약류 단속, 무역적자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30일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전날 이뤄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마러라고 회동'에 대해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불법이민의 결과(불법이민자들의 마약 밀수 관여를 의미)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펜타닐(마약류의 일종)과 마약 위기, 미국 근로자를 위험에 빠트리지 않는 공정한 무역 합의, 미국의 대캐나다 대규모 무역 적자 같이 양국이 협력해서 다뤄야 할 많은 중요한 의제들을 논의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마약 카르텔을 통해 마약류가 미국 사회에 널리 퍼지는 현상과 중국에서 유입되는 펜타닐 등으로 미국 시민이 희생되는 상황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당선인은 "트뤼도 총리는 (마약류에 의한) 이 끔찍한 미국 가정 파괴를 끝내는 데 우리와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또한 에너지, 무역, 북극과 같은 다른 중요한 주제들에 대해서도 논의했다"며 "이 모든 것은 내가 취임 첫날(내년 1월 20일) 다룰 것들이자, 그 전부터 다룰 것들"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가 거론한 의제 중 에너지는 캐나다와 미국을 잇는 송유관 건설 사업인 '키스톤 XL 프로젝트'의 재개 문제를 칭한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미국 텍사스주를 잇는 초대형 파이프라인인 이 프로젝트는 트럼프 당선인이 재임 시절 승인했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사업을 중단시켰다.
트뤼도 총리도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트럼프 당선인과 나란히 앉은 만찬장 사진을 올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 지난밤 저녁 식사에 감사한다.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고대한다"며 맞장구쳤다.
만찬을 포함해 약 3시간에 걸친 이번 회동은 11월 25일 트럼프 당선인으로부터 대캐나다 25% 관세 부과라는 '선전포고'를 접수한 트뤼도 총리가 나흘 만에 트럼프 당선인의 플로리다주 저택 마러라고를 찾으면서 이뤄졌다.
트뤼도 총리는 앞서 "도널드 트럼프가 그런 발언(관세 부과)을 할 때, 그는 그것을 실행할 계획이다.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 관세 폭탄이 현실화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대응에 부심했다.
그의 이번 마러라고 방문은 사전에 예고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주요 7개국(G7) 정상 가운데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 당선인과 직접 회동한 사람은 트뤼도가 처음이었다.
캐나다 측 인사로는 국경 문제를 책임지는 도미닉 르블랑 공공안전부 장관과 케이시 텔퍼드 총리 비서실장이 동행했다. 트럼프 당선인 측에서는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 국가에너지회의 의장을 겸하게 될 더그 버검 내무장관 지명자 등 외교·안보와 무역, 에너지 분야의 트럼프 2기 키맨들이 회동에 배석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5일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를 표적으로 한 관세 부과 구상을 밝혔다.
특히 그는 범죄와 마약이 멕시코와 캐나다를 통해 미국에 유입된다면서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두 국가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고, 캐나다달러가 하락하는 등 캐나다 사회에서 충격파가 일었다.
캐나다는 미국의 최대 교역국으로 지난해 수출액의 4분의 3 이상인 5천927억캐나다달러(약 591조원)가 미국에서 나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27일에는 '관세 위협'의 또 다른 표적 국가인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과 전화협의를 했다. 그 직후 트럼프 당선인은 SNS를 통해 자신이 '관세폭탄'을 예고하며 요구한 불법이민자 유입 차단을 약속받고, 미국-멕시코 국경을 실질적으로 폐쇄하는 데 동의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멕시코, 캐나다 정상과의 소통 내용을 공개한 SNS 글에서 '관세'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당선인이 멕시코와 캐나다 등에 예고한 관세를 내년 1월 20일 취임 후 곧바로 적용할지가 국제사회의 관심사로 부상한 가운데, 현재까지는 관세로 상대국을 압박한 뒤 중요 현안에서 협력과 양보를 받아내려 하는 '협상의 기술' 측면도 엿보인다.
사업가(부동산 개발) 출신인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때도 중국, 북한 등과의 관계에서 보유 중인 경제·안보 수단을 실제 사용하거나 사용할 수 있다는 위협으로 상대를 압박한 뒤 유리한 입장에서 상대와의 협상에 나서는 패턴을 보인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