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글로벌 차 산업 격동기…중국차 부상·트럼프 관세는 변수

2024-11-29 (금) 서울경제=이건율 기자
크게 작게

▶ 현대차 글로벌경영연구소 전망

▶ 유럽·신흥국에 잇따라 공장 설립
▶ 업계 최저 매출원가로 경쟁력 확보
▶ EU, 최대 35.3%P 관세 폭탄 결정
▶ 국내 완성차업계 반사이익 가능성

현대차그룹이 중국의 올해 수출량이 600만 대를 돌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일본과 중국과는 달리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데다 유럽과 신흥국에 잇따라 공장이 설립되면서 글로벌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값싼 가격을 내세운 중국의 굴기에 주요국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만큼 국내 완성차 업체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는 최근 내부 자료를 통해 올해 중국의 수출량이 620만 대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2020년 100만 대에 불과하던 자동차 수출량이 4년 만에 6배 이상 불어나면서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중국 완성차 업계의 질주가 일시적이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이제는 현대차 내부에서도 경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며 “값싼 가격만을 내세웠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뛰어난 기술력까지 지속적으로 선보이면서 긴장감이 짙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완성차들의 굴기는 일본·독일 등 전통 강호들의 행보와 대조된다. 일본의 완성차 수출량은 지난해 442만 대로 지난해 처음으로 중국에 밀렸다. 2019년 482만 대에 달하던 수출량은 2020년 374만 대로 크게 감소한 뒤 회복세를 보여왔지만 중국의 성장세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다. 완성차 주요국 중 하나인 독일도 2022년 중국에 뒤처진 뒤 지난해 311만 대의 완성차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글로벌경영연구소는 2025년에도 중국의 자동차 수출 증가세가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완성차 업계의 질주는 비야디(BYD)의 성공으로 집약된다.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우수한 차량을 값싸게 시장에 내놓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증권 분석에 따르면 BYD의 대당 매출원가는 1만 7400달러로 주요 완성차 업계 중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배터리·전장부품·반도체 등 수직 계열화를 통해 현대자동차(1만 9800달러), 기아(1만 9700달러), 도요타(25만 9000달러)에 보다 낮은 원가를 달성했다는 분석이다. BYD는 배터리를 모듈 없이 직접 자동차에 부착하는 ‘셀투보디’ 기술을 통해 긴 주행거리까지 확보하며 기술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유럽과 신흥국들을 대상으로 한 공격적인 투자도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 BYD는 연산 20만 대 규모의 헝가리 공장과 15만 대 규모의 튀르키예 공장을 2026년 가동할 계획이다. 태국에서도 동남아 첫 전기차 공장을 올해 7월 완공하면서 15만 대 이상의 전기차 생산을 목표하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링파오 역시 폴란드 공장을 올해 9월부터 가동하고 있으며 치루이는 스페인 에브로와 합자사를 설립해 바르셀로나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중국의 굴기에 가장 먼저 비상이 걸린 곳은 유럽연합(EU)이다. 지난해 EU 전기차 시장에서의 중국산 비중은 21.7%를 기록했다. 2020년 2.9%에서 불과 3년 만에 18.8%포인트가 늘어난 셈이다. 문제는 중국자동차의 파도에 국내 완성차 업계도 휩쓸렸다는 점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현대차·기아, KG모빌리티 등 국내 완성차 업계의 EU 수출량은 올해 3분기 누적 25만 9490대로 지난해 동기(34만 5413대) 대비 24.9% 떨어졌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중국 전기차를 상대로 한 EU의 ‘관세폭탄’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EU는 회원국 표결을 통해 중국산 전기차를 상대로 향후 5년간 최대 35.3%포인트에 달하는 확정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에서 생산돼 유럽에 판매되는 차량이 없는 현대차·기아는 이번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서울경제=이건율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