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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 기업 샀는데 물적분할 ‘피눈물’…손절 부르는 K증시

2024-11-22 (금)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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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A씨는 매달 월급날마다 삼성전자 주식을 꾸준히 사 모았다. 가상자산처럼 변동성 높은 금융자산이 아닌 우량주에 장기투자하면 자산을 불릴 수 있다는 재테크 전문가 말을 듣고 그대로 실천에 옮긴 것이다. 종목도 꾸준히 성장세를 보여 왔던 삼성전자를 골랐다. 한 방을 노리기보다 안정적인 성장 전략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4년이 지난 현재 A씨의 수익률은 마이너스(-)25%다. 테슬라나 애플, 엔비디아를 샀던 친구들은 이미 수배의 수익을 본 상태다. 결국 A씨는 1,200만 원의 손해를 보고 전량 매도한 뒤 미국 주식에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A씨는 “장투하면 성공한다는 말도 국장(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안 통한다”며 “국장은 쳐다도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식시장이 침몰하고 있다. 장기간 국내 주식에 투자한 개미들은 막대한 손실을 보고 눈물의 손절매를 하고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란 말이 1년 전부터 나왔는데 그 말을 듣고 그때라도 미국으로 넘어간 분은 돈을 벌었다”며 “그나마 국내 주식에 오랜 기간 관심을 가져온 50대 이상 개인 투자자들도 참다못해 국내 주식을 정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가 국장을 기피하는 이유는 낮은 주주환원율, 투명하지 않은 기업 거버넌스(의사 결정 체계), 개인 투자자와 대주주 사이 불공정한 주식시장 등이 꼽힌다. 기본적으로 회사가 주주와 함께 성장한다는 믿음이 없다는 것이다. 국내 대표 기업도 언제든 물적분할을 해 개인 투자자가 피해를 볼 수 있는 위험에 놓여 있다. LG화학, 카카오 등이 그렇다.

LG화학 투자자 B씨는 2020년 초부터 이차전지 시장 기대감으로 LG화학에 투자해 한때 140%의 수익률을 맛봤다. 하지만 2020년 9월 배터리사업을 떼어 내 LG에너지솔루션으로 물적분할한 이후 LG화학 주가는 100만 원대에서 20만원 대까지 곤두박질쳤다. B씨는 “아무리 좋은 회사를 선택해도 물적분할이 되면 내가 가진 회사는 빈털터리가 된다”고 호소했다. C씨는 “카카오에 투자했다가 결국 50% 손해를 보고 내다 팔았다”며 “이후 엔비디아를 사서 100% 넘는 수익을 봤기 때문에 ‘국장에 정을 떼게 해 준 카카오가 고맙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이에 반해 미국에선 여러 핵심 사업을 보유한 기업일지라도 국내처럼 중복 상장을 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알파벳 주식만 사면 구글 검색, 유튜브, 구글플레이 등 각 서비스가 창출하는 고른 성장의 과실을 모두 누릴 수 있다.

회사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주주 뒤통수를 치는 사례도 허다하다. 밸류업 기업으로도 선정된 전자부품사 이수페타시스는 8일 신규 시설투자 등 호재성 정보를 장중에 공시하고, 대규모 유상증자를 한다는 악재성 정보는 장 마감 후에 공시했다. 사실 두 건 모두 당일 오전 9시에 이사회에서 결정했다. 이에 이수페타시스 주가는 3만1,650원에서 3만3,000원까지 상승했지만, 다음 거래일에는 7,200원(22.68%) 하락한 2만4,550원에 마감했다.

한 이수페타시스 투자자는 “올빼미 공시를 넘어 거의 기만에 가까운 공시로 일반 주주의 뒤통수를 쳤다”며 “국장에 투자하는 건 ‘킬러 문항’이 가득한 수능 시험지를 푸는 정도로 어렵다”고 꼬집었다.

정부와 정치권 모두 손 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1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코로나19가 끝나고 코스피가 3,500에 근접했던 건 버블에 가까운 상황이다. 그 전엔 2,000대에서 움직였다”고 말해 국내 투자자의 빈축을 샀다. 이사회가 개인 주주가 아닌 대주주만을 위해 판단하고 있다는 지적에 상법 개정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은 ‘기업에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이유로 소극적인 입장이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최근 글로벌 투자사들의 고위 관계자가 삼성전자를 포함한 국내 보유 주식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는 말이 들린다”며 “정부와 기업이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지 않으면 그동안 겪어 보지 못한 매도세가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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