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어가는 신축·분양권 열기
▶ 구축 집값 상승 6개월새 역전
‘얼죽신(얼어죽어도 신축)’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던 수도권 신축 아파트의 인기가 꺾인 것은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잔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집주인들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매매 거래 급감 속에 재건축 호재가 있는 구축 아파트보다 신축 단지의 가격 하락 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준공 5년 이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24%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년 초과 아파트값 상승률(0.26%)보다 낮은 수치다. 수도권 내 준공 5년 이하 아파트값 오름 폭은 상승세로 전환한 4월 이후 약 6개월간 지어진 지 20년이 넘은 아파트값 상승률보다 높았다. 올해 8월의 경우 구축(20년 초과)은 전월 대비 0.65% 오르는 데 그쳤지만 신축 아파트값은 1.23% 뛰었다.
분양·입주권 거래량도 줄어드는 추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분양·입주권 거래량은 1월 991건에서 7월 1,134건까지 늘었다가 8월 1,106건, 9월 761건으로 줄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급 부족 우려와 금리 인하 기대감이 맞물리며 신축 아파트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했다. 서울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와 경기 광명시 ‘트리우스 광명’ 등 고분양가에 수개월째 미분양이 남아 있었던 단지들도 속속 완판에 성공했다.
트리우스 광명은 3,344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지난해 10월 분양을 진행했다. 당시 전용면적 84㎡의 최고 분양가가 11억6,000만 원에 달해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고 결국 100여 가구의 미분양이 발생했다. 이후 금리 인하 기대감에 매수심리가 강해지면서 7월 미분양 물량을 모두 털어낸 바 있다.
그러나 하반기부터 대출규제가 강화되자 잔금을 마련하지 못한 매물이 한 번에 쏟아지면서 집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축 아파트의 경우 계약금을 치르고 잔금 납부까지 1년 이상의 공백이 발생한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입주율은 81.2%로 전월 대비 6.5%포인트 하락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서울 강남권을 제외하고 청약 성적도 부진하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에 따르면 경기 지역 아파트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8월 8.6대1을 기록했지만 지난달에는 7.4대1, 이달에는 2.2대1에 그쳤다. 평촌신도시가 위치한 경기 안양시 동안구에 들어서는 ‘아크로 베스티뉴’가 전날 179가구에 대한 특별공급을 모집한 결과 총 429명이 접수했다. 평균 청약 경쟁률은 2.4대에 불과하다. 평촌에 공급되는 대형 건설사의 첫 하이엔드 브랜드로 전용 84㎡ 기준 가장 비싼 분양가는 15억7,440만 원이다. 이는 인근 신축 시세보다 2억~3억 원 비싼 수준으로 높은 분양가가 흥행 부진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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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