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IRA 전기차 보조금 폐지 검토…車·배터리 타격 불가피
▶ 한국 환율관찰대상국 재지정…직접 피해 없지만 불확실성 요소
국내 산업계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밀려오는 미국발 충격파에 긴장하고 있다.
미국이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검토하고, 한국을 다시 환율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하는 등 산업계에 압박이 될 만한 경제·통상 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 전기차 보조금 폐지 현실화 때 美 사업계획 차질
15일(한국시간 기준)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정권인수팀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전기차 보조금의 폐지를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RA는 배터리와 핵심광물 등에 대한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고 미국에서 제조한 전기차에 차량당 보조금 최대 7천500달러(약 1천만원)를 세액공제 형태로 제공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IRA를 거세게 비판하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의무화'(EV mandate)를 끝내겠다고 거듭 공약한 바 있다.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가 현실화하면 최근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 내 전기차 보급 확산이 억제되면서 이른바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이 길어지고 업황 반등 시점도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업계는 IRA 보조금을 겨냥해 미국 현지 생산 거점 설립에 적극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해왔기에 사업 계획이 큰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IRA에 대응해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지어 최근 가동에 들어갔다.
배터리 3사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도 각각 완성차업체와의 합작 법인 또는 단독 공장 형태로 미국에 공장을 활발하게 짓고 있다.
특히 배터리 업계는 최근 캐즘에 따른 실적 둔화에 IRA상 생산 세액공제(AMPC)로 영업이익을 간신히 메우는 상황이었다.
다만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법을 폐지하려면 다시 의회 동의가 필요한 만큼 IRA 법 자체는 전면 폐기 강행이 쉽지 않으리라는 관측도 있다.
이른바 'IRA 수혜주'들의 연방 상하원 의원 대부분이 공화당 소속인 데다 공개적으로 IRA 폐기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 수출 호조 속 환율관찰 대상국 지정
미국 재무부가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한국을 다시 환율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한 점도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산업계에는 부담이다.
대미 무역 흑자와 경상 흑자가 환율관찰 대상국 지정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2016년 4월 이후 7년여 만인 2023년 11월 미국의 환율관찰 대상국에서 빠진 후 이번에 1년에 만에 다시 포함됐다.
미국은 자국과 교역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의 거시경제와 환율 정책을 평가하고 일정 기준에 해당하면 심층분석국 내지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다.
한국은 이번에 평가 기준 중 150억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에 해당하는 경상수지 흑자에 해당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됐다.
올해 들어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회복세가 계속되어 곧 한국이 다시 환율 관찰국에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글로벌 불확실성과 역기저효과 우려에도 수출은 지난 10월까지 13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을 이어갔다.
다만 환율관찰 대상국은 말 그대로 '모니터링' 대상으로 제재 대상은 아니다.
따라서 한국이 포함 또는 제외되어도 직접적인 혜택이나 피해는 없다는 게 정부와 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미국 대선 이후 통상 정책 변화 가능성으로 한국 수출에 불안감이 고조하는 가운데 환율관찰 대상국 지정은 불확실성 요소가 될 수 있다.
◇ '트럼프 2기' 정책 기조 예의주시…"대책마련 서둘러야"
대미 수출과 미국 현지 투자에 힘써온 국내 산업계에 '트럼프 2기' 미국의 경제·통상 정책이 미칠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직접적 피해를 볼 수 있는 기업뿐 아니라 정부의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 재집권으로 IRA 폐지나 방위비 증가 등 우리나라 입장에선 경제 쪽 문제들이 상당히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특히 IRA 관련해서는 현대차·기아 등 기업들이 매우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효율적 방안을 찾아야 하지만 당장 그것도 쉽지 않은 상태"라며 "IRA의 완전 폐지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기업들은 대미 로비를 더 잘해야 하고 정부도 대책 마련에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했다.
기업들은 전기차로 가는 흐름은 그대로일 것으로 보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주의 깊게 본다는 입장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IRA 폐지를 한다, 안한다 이야기가 많지만 미국뿐 아니라 유럽 및 타 국가에서도 결국 '전동화 추세'는 계속 갈 수밖에 없다"며 "방향은 (전동화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업체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IRA가 폐지될 경우) 당장은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영업이익이 떨어지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크게 영향은 없을 걸로 보인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