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체부 축구협회 감사 결론
▶ 대표팀 감독 재선임 작업 시 “홍명보 해임은 협회가 결정”
지난 10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
대한축구협회의 행정 난맥상을 들여다본 문화체육관광부는 정몽규 회장에게 중징계를 요구하면서 국가대표 사령탑 선임 절차를 규정대로 다시 밟으라고 주문했다.
다만 협회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을 의식했는지, 홍명보 감독의 해임·교체나 정 회장 하야 등 구체적 조치에 대해서는 ‘협회가 알아서 할 부분’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최현준 문체부 감사관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축구협회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해 지난 7월부터 벌여온 감사의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최 감사관은 “이번 감사를 통해 27건 위법, 부당 사안이 확인됐다”며 “정몽규 회장, 상근 부회장, 기술총괄이사 등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의) 주요 관련자 3인에 대해 자격정지 이상 중징계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은 ‘권한 없는 자가 불공정하고 불투명하게 추천해 이뤄진 것’으로, 절차적 하자가 확인된 만큼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에서 다시 후보자를 추천해 이사회에서 선임하는 방안 등 하자를 스스로 치유할 방법을 강구하도록 협회에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중징계 권고 대신 ‘요구’라고 강조하고, 하자를 고치는 게 아니라 ‘치유’하라고 한 표현이 색다르다.
최 감사관은 정 회장에 대한 징계 요구는 축구협회가 공적인 단체인 만큼 공무원 징계 규정을 적용한 것이라며 최종 판단의 몫을 협회의 공정위원회에 돌렸다.
협회 업무 총괄인 정 회장이 감독 선임 논란뿐 아니라 징계 축구인들에 대한 부적절한 사면 조치,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보조금 허위 신청 등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문체부의 판단이다.
문체부는 징계 등 문책 사안은 협회가 1개월 내 의결 후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제도 개선, 시정 등 조처는 2개월의 기간을 준다고 밝혔다.
또 협회가 국가대표 사령탑 자리에 대한 재선임 절차를 공정하게 기획해 진행한다면, 협의해서 2개월보다 많은 시간을 줄 수 있다는 게 문체부의 입장이다.
브리핑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최 감사관은 홍 감독 해임 등 구체적 조처가 나오지 않은 이유에 대한 질의에 “이래라저래라할 수 없다. 그러면 FIFA도 제삼자 간섭 가능성 등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절차를 협회 규정대로 하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최 감사관과 일문일답.
- 자격 정지 이상 중징계의 뜻은.
▲ 국가 공무원 징계령 규정을 보면 감사에서 징계를 요구할 때 경징계, 중징계로 구분해 요구하게 돼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공무원 조직은 아니지만 그에 준해 경, 중징계를 구분하면 제명, 해임, 자격정지가 중징계에 해당한다. 이 세 가지 가운데 협회 공정위원회가 선택하면 될 걸로 판단한다.
중징계를 요구한 이유는 축구협회장이 협회를 대표하고 사무를 총괄하는 막중한 자리라서다. 누구보다 협회 규정, 절차를 준수하고 이사회를 존중할 책임이 있는데,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규정을 어기고 스스로 개입했다.
사면 과정에서도 대한체육회가 사면 규정을 폐지했고 이를 안내했는데도 무시하고 추진했다. 이런 부분은 공정위 규정상 징계 사유고, 양정도 자격정지 이상 중징계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 축구협회 공정위원회에서 징계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징계가 없다면 어떤 대책이 있나.
▲ 징계를 권고하는 게 아니라 요구하는 거다. 현재 규정이 문체부가 징계를 요구할 권한이 있는 거고, 그에 대해서는 축구협회 공정위가 판단하게 돼 있다. 이번에 협회가 국민의 눈높이, 여론에 맞춰서 바람직한 판단을 할 거라고 기대한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협회가 공정하고 투명한 의사결정을 하는 정상적 조직으로 거듭날 때까지 활용할 모든 정책 수단을 다 쓸 것이라고 분명히 말씀드린다.
- 월드컵 예선 중인데 감독에 대한 조치는 현재 일정을 얼마나 고려한 것인가. 재선임 절차에 대해서 명확히 설명해달라.
▲ 권한이 없는 인물에 의해 감독 후보자가 최종 추천됐다. 중대한 절차적 하자에 해당하기에 협회 스스로 바로잡으라고 말씀드렸다. 그 과정에서 홍명보 감독과 체결한 계약은 유지하든지, 변경하든지, 취소하든지 모든 선택지가 있을 텐데 협회가 알아서 자율적으로 판단할 문제다.
- FIFA가 협회 자율성을 확보하라고 한 요구는 어떻게 고려했나.
▲ 이번 감사 목적은 축구협회의 독립성, 자율성을 침해하기 위함이 아니다. 문체부도 FIFA의 정관을 존중한다. 사면과 관련해 국가적으로 홍역을 치렀고, 대표팀 감독 선임에 대해 많은 분이 불공정하다고 실망을 표현했다. 그래서 감독 부처로서 감사한 것이라 FIFA 정책에 전혀 저촉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FIFA에서도 오히려 정관과 국내법을 각국 협회가 따르도록 하고 있고, 이번 감사도 굿 거버넌스(지배구조)를 이루기 위해 하는 걸로 FIFA가 이해하는 걸로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