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反트럼프’ 체니 前의원 거론 “총들이 사격되는 곳에 세워보자”
▶ 해리스측·체니 “살해 위협” 비판…트럼프 “전쟁 옹호 비판한 것” 해명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로이터]
오는 5일 미국의 대선을 앞두고 이른바 '쓰레기' 등 막말 공방이 확산하는 가운데 이번엔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 공화당 전 의원을 거론하면서 얼굴에 총을 겨눈 상황을 언급해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당 등은 1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시아나 중국, 북한 등 외부의 적보다 자신에 반대하는 내부의 적이 더 위험하다는 발언에서 더 나아가 사실상 '정적 위협'이라고 강하게 반발했고, 트럼프 캠프는 잘못된 지도자를 선택해 전쟁이 벌어지면 많은 사람이 죽게될 것이란 점을 설명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애리조나주에서 진행된 전 폭스뉴스 진행자 터커 칼슨과의 대담에서 공화당내 대표적인 '반(反)트럼프 인사'로 자신에게 각을 세워온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에 대해 "미친 인간"이라고 부르면서 "그녀가 나를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녀는 전쟁을 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체니 전 의원을 '급진적인 전쟁 매파(war hawk)'라고 거론한 뒤 "소총을 든 그녀를 9개의 총열(barrel)이 그녀를 향해 사격하는 곳에 세워보자"면서 "총들이 그녀의 얼굴에 겨눠졌을 때 그녀가 그것에 대해 어떻게 느낄지 보자"고 밝혔다.
그러면서 "알다시피 모든 전쟁 매파가 '적의 입 속으로 1만명의 군대를 보내자'고 말할 때 그들은 워싱턴의 멋진 건물에 앉아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언급한 체니 전 의원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2인자로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핵심 인사였던 딕 체니 전 부통령 딸이다.
또 체니 전 의원은 의원 재직시 민주당이 주도한 1·6 의사당 폭동 사태 진상규명특위에 참여해 트럼프 전 대통령 책임 규명에 앞장서는 등 공화당 내 대표적 반트럼프 인사로 통한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는 아버지와 함께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했고 공동 유세에 참여하기도 했다.
체니 전 의원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것이 독재자가 자유 국가를 파괴하는 방식"이라며 "그들은 자신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살해 위협을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독재자가 되길 원하는, 속 좁고, 앙심을 품은 잔인하고 불안정한 사람에게 우리나라와 우리의 자유를 의탁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유세를 위해 위스콘신에 도착한 뒤 동행 기자들과 가진 문답에서 "트럼프는 정적을 향해 폭력적 수사를 늘리고 있으며 체니 전 의원을 향해 총이 겨눠져야 한다고 상세한 방식으로 언급했다"면서 "이것은 (대통령) 결격 사유"라고 주장했다.
이어 "누구든 그와 같은 폭력적 수사를 사용하는 사람은 분명히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고 백악관 풀 기자단이 전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는 누가 민주주의와 민주적 원칙을 옹호하고 누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분명한 대비가 있다"라면서 "트럼프는 '에너미 리스트(enermy list)를 언급하고 있으며 미국 시민들을 공격하기 위해 군대를 사용하는 것을 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단지 자신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보복과 가혹한 후과가 있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한다"면서 "그의 에너미 리스트는 길어지고 있으며 그의 수사는 점점 극단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리스 대선 캠프는 "트럼프는 유명한 공화당원을 총살형 집행대(firing squad) 앞에 세우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는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공화당원을 내각에 기용하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이번 선거의 차이점"이라고 밝혔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펜실베이니아로 이동하는 비행기 기내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정치적 폭력에 대해서 말하고 이를 옹호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며 위험하다"면서 "이런 종류의 정치적 폭력(수사)이 있을 자리는 어느 곳에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선동적 언어를 사용할 때가 아니며 국가를 하나로 모으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언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리고 "내가 체니에 대해 말한 것은 그녀가 매파이자 멍청이라서 스스로 싸울 용기가 없다는 것"이라면서 "죽음의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말하기는 쉽지만, 그녀의 손에 총을 주고 싸우러 가라고 하면 '사양하겠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선 캠프도 입장 자료를 통해 "트럼프는 체니와 같은 전쟁광들이 인명 손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전쟁을 시작하고 다른 미국인들을 전쟁터로 보낸다고 설명했다"면서 "그런데도 언론들은 이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체니를 '총살형 집행대' 앞에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 기자들은 악의적인 것이냐 아니면 멍청한 것이냐"고 반문한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분명하게 전투 지역(상황)을 묘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애리조나주 법무부 장관은 체니 전 의원을 향해 '살해 위협'을 해서 법을 어겼는지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