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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기고] 월드시리즈 응원열기의 파도를 타라

2024-10-28 (월) 김영인 / 독자·LA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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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를 좋아하는 한 지인으로부터 타이거 우즈와 같은 시대에 사는 것은 큰 행운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필자는 요즘 오랜 야구팬으로서 LA다저스와 뉴욕 양키스의 월드 시리즈를 보는 것은 내 인생의 행운이라는 생각이다.

두 팀이 월드 시리즈에서 만난 것이 1981년 이후 43년만이니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한 이벤트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쇼헤이 오타니와 애런 저지, 두 스타들의 대결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분되는 일이다. LA에서 열린 두차례 경기에서는 다저스 1루수 프레디 프리맨이 9회말 투아웃 상황에서 평생 잊지 못할 월드시리즈 사상 첫 끝내기 만루 홈런을 시작으로 다저스가 먼저 2승을 챙겼다. 이제 오늘부터(월요일) 뉴욕 양키스테디엄으로 장소를 옮겨 3게임을 연속으로 치르게 된다.

얼마전 뉴욕을 여행하는 길에 양키 스테디엄을 찾아 내셔널 리그 챔피언 시리즈 양키스와 클리브랜드 가디언스와의 2차전 경기를 관람한 적이 있다. 양키스테디엄의 독특한 분위기가 다저스 스테디엄과 너무 달라 놀랐다.


우선 양키스 팬들의 응원은 광적이라 할 정도로 열정적이다. 스테디엄에 온 팬들의 연령층이 20대에서 40대로 젊고 대부분이 남자들이다. 다저스 스테디엄은 위와 앞이 탁 트여진 넒은 그릇 모양인데 비해 양키 스테디엄은 원형의 닫힌 항아리 모양이다. 이러다보니 수만명의 젊은 청년들이 질러내는 함성소리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스테디엄 안에 갇히면서 이 함성에 익숙하지 않은 선수들은 기가 죽거나 넋을 잃게 되는 경우가 있다. 다저스는 이 분위기를 조심하고 대비해야 한다.

또 양키스팬들의 응원 열기는 다저스 스테디엄에서 볼 수 없을 정도로 뜨겁다. 좌석에 앉아있는 사람이 거의 없고 경기내내 모두 일어서서 본다. 상대팀 타자를 상대로 2스트라이크만 잡으면 그나마 몇몇 앉아있던 사람들도 모두 일어나 열광한다.

그런데 상대방이 공격할 때는 관중들이 갑자기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음식을 사거나 화장실에 가겠지만 가히 희한한 풍경이다. 남자들이 많다보니 남자화장실은 항상 줄을 서고 여자화장실은 줄이 없다. 어떤 여행지나 어떤 스테디엄에서도 볼 수 없는 장면들이다.

이같은 열기속에서도 3회와 7회 말에 선수들의 발자국을 정리하는 그라운드 정리요원(ground keeper)들이 스테디엄에서 흘러나오는 ‘YMCA’ 노래가 흘러나오자 마대를 끌고 가는 도중 갑자기 그라운드에 멈춰서 춤을 춰 양키스다운 여유와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양키스 선수들의 유니폼에는 등번호만 있고 선수이름이 없다. 팬들이 구입하는 셔츠에도 대부분이 번호만 적혀있다. 구단측이 선수 개인보다는 팀이 중요하다며 이름을 넣지 않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양키스테디엄 매점의 인심은 감히 다른 스테디엄에서 보지 못하는 넉넉한 인심으로 보여줘 얼핏 두렵기까지 했다. 이곳의 인기 메뉴인 치즈스테이크를 사기위해 줄을 서서 차례가 됐는데 오래 기다렸다며 친구와 같이 나누라며 한 접시를 더 주더니 원하는 브랜드의 맥주를 찾지 못하자 다른 브랜드를 공짜로 주었다. 맥주 한 캔을 사도 팁 스캔을 들이대는 다른 스테디엄의 풍경과 다른 양키스의 자존심을 보는 것 같아 부럽고 두려웠다. 뉴욕 양키스 팬들은 모자의 챙을 구부리지 않는다고 한다. 뉴욕 사람들은 모자의 챙이 꼿꼿이 펴있으면 양키스팬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오늘부터 대망의 월드시리즈 3차전이 벌어진다. 다저스가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갈고닦은 서핑처럼 양키스 팬들의 열기의 파도를 잘 넘어 또 다른 승전보를 전해줄 것을 기대해 본다.

<김영인 / 독자·LA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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