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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트 없이 파는 FSBO(셀러가 직접 매매), 수수료 절약 효과 적어

2024-10-24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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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스팅 가격 산정·미숙한 마케팅’ 등 잦아

▶ 감정 통해 시세 반영…오퍼 선별 능력 갖춰야

에이전트 없이 파는 FSBO(셀러가 직접 매매), 수수료 절약 효과 적어

에이전트 없이 집을 직접 팔아 수수료를 절약하려는 셀러가 있다. 그러나 여러 조사에 의하면 에이전트를 통해 팔 때보다 매매 수익이 크게 낮아 결국 손해다. [준 최 객원기자]

에이전트 없이 파는 FSBO(셀러가 직접 매매), 수수료 절약 효과 적어

집 앞에 매물 사인을 꽂는다고 집이 팔리는 것이 아니다. 적절한 마케팅 전략과 오퍼를 선별할 수 있는 능력 등이 있어야 성공적인 거래가 가능하다. [로이터]


집을 팔 때 가장 부담이 되는 비용이 바로 부동산 중개 수수료 비용이다. 새 규정 시행으로 셀러의 수수료 부담이 한결 낮아졌지만, 주택 가격이 크게 올라 수수료 부담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치솟는 수수료 비용을 조금이라도 절약하는 방법 중 하나는 리스팅 에이전트를 끼지 않고 셀러가 집을 직접 집을 파는‘FSBO’(For Sale By Owner)다. 매물이 적어 집이 잘 팔리는 요즘 같은 시기에 셀러가 직접 내놓은 FSBO 매물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여러 조사에 의하면 FSBO 셀러 중 수수료 비용은 아꼈지만, 에이전트가 파는 집보다 낮은 가격에 팔아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 재정정보업체 고우뱅킹레잇은 이 밖에도 FSBO에 따른 여러 불리한 점이 많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 리스팅 가격 산정에 어려움

부동산 정보 업체 ‘클레버’(Clever)의 조사에 따르면 FSBO 셀러의 평균 매매 수익은 12만 8,500달러로 에이전트를 통한 평균 매매 수익인 20만 7,500달러보다 약 8만 달러나 낮았다. 수수료 비용은 절약했지만 결과적으로 손해를 본 셈이다. 매매 수익을 결정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주택 크기, 상태, 위치 등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데 아무리 좋은 조건의 주택이라도 리스팅 가격을 잘못 정하면 제값을 받기 힘들다. 지역 주택 가격 동향이나 바이어 선호도 등 객관적인 데이터가 부족한 셀러는 적절한 시세가 반영된 리스팅 가격을 산정하기가 쉽지 않다.


리스팅 가격이 잘못 산정되는 경우는 시세보다 너무 높거나, 또는 너무 낮은 경우인데 대개 너무 높게 내놨다가 제값을 받지 못하는 FSBO 셀러가 많다. 우선 주변 시세 정보가 부족해 시세 대비 낮은 가격에 집을 내놓으면 집은 빨리 팔리지만 손해를 보기 쉽다. 반면 시세보다 너무 높은 가격에 집을 내놓으면 초기에 사려는 사람이 없어 장기간 집이 안 팔리기 쉽다. 결국 낮은 가격의 오퍼를 제시받거나 가격을 내려서 빨리 팔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정확한 감정 통해 가격 정해야

FSBO 셀러는 ‘본인 집’이라는 애착 때문에 자신의 집이 다른 매물보다 가치가 높다고 생각해 시세를 높게 보는 경향이 많다. 클레버의 조사에서 지난해 FSBO로 집을 판 셀러 중 절반이 리스팅 가격을 잘못 계산한 것이 후회된다고 답한 반면, 에이전트를 통해 집을 판 셀러는 에이전트가 제시한 리스팅 가격에 만족했다.

집을 직접 팔 때 시세 정보 파악이 쉽지 않아 제값을 받지 못하고 손해를 보는 경우가 흔하다. 시세는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바이어들이 지불 의향이 있는 가격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 같은 정보는 바이어 상대 경험이 많은 에이전트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에이전트는 매물 등록 플랫폼인 ‘MLS’(Multiple Listing Service)에 올라온 자료를 분석해 시세를 산출한다. MLS에는 지역별로 최근 매매된 주택 자료가 모두 등록되기 때문에 이 자료를 바탕으로 가장 적절한 리스팅 가격을 산정할 수 있다.

FSBO 셀러는 관할 카운티 재산세 담당 부서를 통해 최근 매매된 주택 자료를 열람해 시세를 파악할 수 있지만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정확한 주택 시세를 파악하려면 주택 감정 평가 업체에 의뢰하면 되고 비용이 들기 때문에 여러 업체의 비용을 비교하는 것이 좋다.  

◇ 바이어 측 수수료 내야 할 수도

집을 직접 판다고 중개 수수료 전액이 절약되는 것은 아니다. 셀러의 기대처럼 수수료 전액을 절약하려면 바이어와 셀러 간 직접 거래가 이뤄져야 하는데 양측이 직접 거래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개 바이어는 자신의 에이전트를 끼고 거래를 진행하는 데 이때 바이어 측 에이전트 수료가 발생해야 한다. 올해 시행된 새 규정에 의해 셀러가 바이어 측 에이전트 수수료 지급 관행이 사라졌다. 하지만 집이 잘 팔리지 않는 경우에는 바이어의 요구에 의해 셀러가 바이어 이 에이전트 수수료를 내야 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바이어 측 에이전트 수수료가 매매가의 2.5%~3%인 점을 고려하면 집을 직접 판다고 해도 수수료 부담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만약 수수료를 전혀 제시하지 않거나 일반 수수료율보다 낮은 수수료를 제시하면 그만큼 계약 체결 기회도 줄어들게 된다. 일부의 경우 셀러가 직접 집을 파는 상황을 악용해 일반 수수료율보다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는 바이어 측 에이전트를 만날 수도 있다. 이 경우 불필요하게 높은 수수료를 지불하고 불리한 조건으로 주택 거래 계약까지 체결하는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 미숙한 마케팅으로 파는 데 오래 걸려

FSBO 셀러가 에이전트 없이 직접 판매를 시도하는 두 번째 이유는 집을 빨리 팔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클레버의 조사에서 지난해 FSBO 셀러 3명 중 1명은 집을 빨리 팔아 현금을 마련하기 위한 기대로 FSBO 판매에 나섰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리 에이전트를 통해 집을 팔 때보다 시간이 오히려 더 걸린 것으로 조사됐다.

FSBO 판매에 시간이 걸리는 가장 큰 이유는 마케팅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부동산 매물 검색 사이트를 통해 셀러가 직접 자신의 집을 매물로 등록하는 일이 전에 비해 수월하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거래가 에이전트만 접속할 수 있는 MLS를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FSBO 셀러의 매물 마케팅 능력에는 제한이 따른다.

◇ 오퍼 선별 능력 떨어져

높은 가격이 제시된 오퍼라고 해서 다 좋은 오퍼가 아니다. 가격 외에도 다른 오퍼 조건까지 따져 바이어의 구매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여러 명의 바이어가 오퍼를 제출하는 시기에는 오퍼 선별 능력이 필수다. 전액 현금 구매를 제시한 바이어의 경우 구입에 필요한 현금을 보유했다는 증명도 함께 제출해야 구입 능력이 증명된다.

모기지 대출을 통해 구입하는 바이어는 적어도 대출 은행이 발급한 융자 사전 승인서를 첨부해야 대출 가능성을 갖춘 바이어로 볼 수 있다. 오퍼 선별 작업은 오퍼를 제출받은 뒤 대개 3일 이내에 끝내야 하는데 부동산 중개 경험이 없는 셀러는 에이전트에 비해 오퍼 선별 능력이 떨어진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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