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타임스 보도 “中제재·소비자 불매와 美·EU 방침 사이서 난처”
중국 정부가 신장위구르자치구산 면화 사용을 거부한 미국 패션업체에 대해 제재 절차에 착수함에 따라 중국에 진출한 서방 글로벌 기업들이 난처한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24일 "미국 패션기업 PVH그룹이 신장 제품에 대해 정상적 시장 거래 원칙을 어긴 채 중국 기업·단체·개인과의 정상적 거래를 중단하고 차별적 조치를 한 문제 등에 관해 조사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1881년 설립된 PVH그룹은 타미힐피거와 캘빈클라인 등 유명 브랜드들을 산하에 둔 패션 기업이다.
상무부는 이 회사가 위구르족 강제노동 의혹을 이유로 신장자치구에서 생산된 면화나 의류의 구매를 중단한 것을 문제 삼으며 4년 전 도입한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 메커니즘' 규정을 적용했다.
NYT는 중국 당국이 신장산 제품을 보이콧한 외국 기업에 이 규정을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중국이 신장을 회피하는 외국 기업들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수년 전부터 강제 노동을 이유로 신장자치구 면화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한반도 넓이의 7배가 넘는 신장자치구는 세계 면화 공급량의 5분의 1, 중국 자체 재고량의 90%를 각각 차지하는 면화 생산 중심지다.
특히 미국은 2022년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을 제정, 면화 외에도 신장자치구에서 생산된 제품을 위구르족을 동원한 강제노동의 산물로 간주해 미국 내 수입 금지 대상에 올렸다.
신문은 이런 상황에서 일부 다국적 기업은 법적으로 압박 받고 있다고 짚었다.
자국 정부 방침과 중국 제재 우려 사이에서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중국 소비자들의 불매 움직임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나이키와 아디다스, H&M 등 글로벌 브랜드들은 2021년 신장 지역 강제노동 의혹에 관해 우려를 표명하며 신장산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낸 뒤 중국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에 직면했었다.
미국과 유럽 경제단체들은 중국 조치가 서방 기업들의 어려움을 가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주재 미 상공회의소 션 스타인 의장은 "PVH에 대한 중국의 조사는 유사한 조사로는 처음이기 때문에 모든 업종 기업이 자신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주중 중국 주재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도 성명을 통해 "유럽 기업들은 점점 더 난처한 처지가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 기업들이 신장에서 제품 구매를 중단하면 중국 정부와 소비자 모두로부터 심각한 반발에 직면할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자국 및 국제시장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성명은 전했다.
컨설팅 전문가들도 PVH에 대한 중국의 조사 착수가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서 사업을 철수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