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설비 투자 계획 분석
▶ 화성 S3 라인서 공정 전환 돌입
▶내년 1분기 월 7000장 생산 구축
▶2나노칩 ‘테티스’ 양산 테스트도
▶첨단공정 통해 TSMC 추월 의지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부가 2㎚(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양산을 위한 생산 설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저조한 공정 수율과 수주 부진 등 최악의 위기로 각종 투자를 미루거나 축소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 1위인 TSMC를 쫓아가기 위한 첨단기술 상용화에 우선순위를 둔 모습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는 화성사업장에 있는 파운드리 라인인 ‘S3’에 2나노 생산 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각종 장비를 반입하고 있다. 12인치 웨이퍼 기준으로 월 1만 5000장가량 생산이 가능한 기존 3나노 라인을 2나노 공정으로 전환하는 작업이다. 2나노 공정과 관련해 연구개발(R&D) 라인 외에 양산 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이 대중에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 파운드리는 우선 내년 1분기까지 월 7000장 규모의 2나노 라인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 라인에서는 고객사들의 2나노 칩을 생산할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를 진행한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의 엑시노스 칩 차기작인 ‘태티스(코드명)’에 대한 테스트가 이뤄진다. 또한 삼성의 2나노 주요 고객사로 거론되는 퀄컴, 일본 프리퍼드네트웍스(PFN), 암바렐라의 칩에 대한 평가가 진행될 것인지도 주목된다. S3의 나머지 3나노 라인은 내년 말까지 전면 2나노 라인으로 전환될 계획이다.
내년 2분기부터 평택 2공장에 있는 ‘S5’에 1.4나노 라인을 설치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월 2000~3000장가량의 비교적 작은 규모의 시험 라인으로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한 선행 투자로 풀이된다.
삼성 파운드리의 2나노 이하 투자는 최악의 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현재 회사는 최선단 공정 수율이 부진한 데 이어 고객사 확보까지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중고에 빠졌다. 특히 2022년 세계 최초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구조를 적용해 화제를 모았던 3나노 공정의 생산성이 양산에 적용할 만한 수준까지 올라오지 못해 문제가 커졌다. 이 사안은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차세대 스마트폰용 칩인 ‘엑시노스 2500’이 제때 생산되지 못하는 상황으로 연결되며 신뢰성 문제까지 번졌다.
최근 겪고 있는 고객사 부족 문제는 투자 축소로도 이어졌다. 삼성 경영진은 최신 설비인 평택 4공장의 파운드리 라인을 D램 설비로 전환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메모리 시황 대응도 중요한 이유지만 파운드리 라인을 증설할 만한 고객사 주문이 없는 탓이 크게 작용했다. 새로운 파운드리 설비인 미 테일러 공장도 2024년 말 가동이 목표였으나 장비 도입 시점을 2026년 이후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4나노 라인이 있는 평택 3공장은 주문량 감소로 가동률을 낮췄다.
증권 업계는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가 올 3분기에도 수천억 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일각에서는 삼성 파운드리가 위기를 극복하려면 삼성전자와의 분사가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삼성이 이러한 위기에서도 2나노 이하 공정에서 투자 의지를 꺾지 않는 것은 일종의 ‘승부수’로 읽힌다. 6월 행사에서 제시했던 내년 2나노 양산-2027년 1.4나노 양산 로드맵대로 기술을 진전시켜 라이벌 TSMC를 쫓아갈 수 있는 일말의 기회로 반전을 노리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3나노 엑시노스 지연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2나노 공정 확보는 삼성 파운드리의 절체절명의 승부처가 됐다”며 “올해와 내년 파운드리 사업부가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설비투자 기조를 설정했지만 미래 공정을 위한 대비는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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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강해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