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백의 고혈압 병원만 가면 높게 오르는 혈압

2024-10-03 (목) 이영직 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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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혈압 오른다’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실제로 일시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고혈압이 생기더라도 스트레스의 원인이 없어지면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또 누구나 병원에서 혈압을 측정할 때는 자신의 혈압이 높지 않을까 하며 긴장되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병원에서 고혈압 진단을 받은 사람도 집에서 혈압을 잴 때는 혈압이 정상인데 병원만 오면 혈압이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

평소 건강에 이상이 없었던 40대 중반의 남성 정 모 씨는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에 왔다. 가끔 집 주변 상가에서 기계로 혈압을 재보았지만 항상 정상이었다. 정 씨의 어머니는 젊어서부터 고혈압을 앓았고 누나도 고혈압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검진해보니 혈압은 160/ 100mmHg으로 높았다. 다시 측정해도 155/100mmHg였다. 혈압이 높긴 하지만 처음 병원에 와서 혈압이 높아졌을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2주 후에 병원에서 다시 혈압을 재도록 했다.


혈압계를 산 정 씨는 2주 동안 집에서 혈압을 측정했는데 평균 혈압은 130/90mmHg이었다. 2주 후 다시 병원에서 온 정 씨의 혈압은 160/100mmHg으로 여전히 높았다. 정 씨는 왜 병원에만 오면 자신의 혈압이 높아지는지 궁금했다.

백의(白衣) 고혈압(white coat hypertension)이란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 앞에만 가면 혈압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의사 앞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긴장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모든 경우가 포함된다.

스트레스나 긴장은 혈중의 교감신경을 자극하고 이는 혈관의 저항성과 심장 박출량을 증가시켜서 혈압을 올린다.

과거에는 백의 고혈압을 정상으로 보고 치료를 하지 않았지만 많은 임상 연구 결과 백의 고혈압도 일반 고혈압과 마찬가지로 중풍이나 심장 질환 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대부분은 수년 안에 일반 고혈압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백의 고혈압으로 진단받은 경우도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확한 혈압 측정을 위해서는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다음 사항에 유의하자.

혈압 측정 전 10분 정도 안정을 취하고, 혈압을 두 번 정도 측정해서 측정한 평균을 기록하고, 꽉 조이는 옷을 입고 혈압을 재는 것을 피하고, 혈압계는 심장 높이에 두며, 식사나 운동 직후 또는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핀 다음에는 혈압 측정을 피하고, 너무 춥거나 덥지 않은 적당한 실내 온도에서 측정한다.

이영직 내과(213-383-9388)

<이영직 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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