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공지능으로 치매 조기발견 한다… AI ‘뇌 건강 모니터링’

2024-10-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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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내 65세 이상 580만명 치매 앓아

▶ AI 이용 알츠하이머 감지 “90% 정확성”
▶ “아직 초기 단계... 추가 연구개발 필요”

작고 정교한 전극들이 내장된 헤어밴드나 모자를 닮은 휴대용 기기가 있다고 상상해 보라. 머리에 착용하면 이 센서들이 미세한 뇌파 활동을 감지하는데, 이는 마치 스마트워치가 맥박을 측정하거나 혈압계를 손목에 착용해 혈압을 확인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이 도구는 심박수를 측정하는 것이 아니다. 이 기기는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고급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알츠하이머병의 징후를 증상이 나타나기 몇 년 전에 감지할 수 있다. 아직 이러한 모니터는 개발되지 않았지만, AI가 이를 현실로 만들 수 있다.

메이요 클리닉의 신경과 AI 프로그램을 이끄는 데이빗 T. 존스 박사는 “측정 결과는 교통 신호등처럼 간단할 수 있다. 건강한 활동에는 녹색, 주의가 필요한 경우에는 노란색, 의료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한 경우에는 빨간색을 표시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존스 박사는 이 기술이 널리 사용되기까지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과학은 빠르게 진전하고 있다며 “지금 우리가 심박수와 혈압을 모니터링하는 것처럼 뇌 건강도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직 그 단계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그것이 미래”라고 말했다.

메이요 클리닉의 뇌파 연구는 과학자들이 인공지능의 힘을 활용하여 인지 기능 저하의 초기 징후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과학자들은 AI를 사용해 알츠하이머병과 연관된 여러 혈액 바이오마커를 연구하고 있다. 또한 AI는 염증, 특정 시각 문제, 고콜레스테롤, 고혈압, 당뇨병, 골다공증과 같은 만성 건강 상태와 치매를 연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찾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AI는 전자 환자 건강기록에서 방대한 양의 복잡한 데이터를 엄청난 속도로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노력이 가능해졌으며, 종종 인간이 감지할 수 없는 미세한 차이까지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국립노화연구소 신경과학 부서의 제니 라킨 부국장은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치매를 감지할 방법을 찾고 싶다. AI는 주로 기존 분석으로는 처리할 수 없는 방대한 데이터 분석에 도움을 준다. 그 잠재력은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이해하고, 우리가 스스로는 결코 알 수 없었던 가능성을 식별하는 데 있어 놀라운 보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는 이미 유방 촬영 검사와 같은 다른 의료 환경에서도 사용되고 있으며, 연구자들은 AI가 뇌 건강에 미칠 잠재적인 기여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 시카고 의과대학 신경퇴행성 질환 및 치료 센터의 세포 및 분자 약리학 교수이자 부서장인 주디 포타슈킨 박사는 “AI는 만성질환의 위험 증가를 예측하는 우리의 능력을 가속화한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 현황

알츠하이머병은 가장 흔한 형태의 치매로,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미국인 약 580만 명이 이 병을 앓고 있으며, 2060년까지 그 수가 거의 3배인 1,4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질병은 점진적인 기억 상실, 성격 변화,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목욕, 옷 입기, 청구서 지불과 같은 일상적인 작업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는 특징이 있다.

일부 사람들은 AI의 사용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며, AI가 인간의 일을 대체할 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AI가 인간의 일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향상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뉴욕대학교 랑곤 헬스 생명윤리학 교수인 아서 캐플란 박사는 “AI는 고성능이고 많은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할 수 있으며, 그것을 놀라운 속도로 해낼 수 있다. 인간은 피곤해지지만, AI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AI는 또한 경험이 풍부한 임상 의사들과 덜 숙련된 제공자들 간의 전문성 격차를 메울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AI는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또는 근위축성 경화증(ALS)과 같은 신경질환을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환자의 목소리 변화와 같은 미세한 신호를 인식할 수 있다. 존스 박사는 “전문가들이 하는 일의 많은 부분은 훈련과 경험을 통해 패턴을 인식하는 것인데, AI는 비전문가들이 이러한 작업을 모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존스 박사가 결국 가정용 모니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는 뇌파 연구에서 메이요 클리닉의 과학자들은 인공지능을 사용하여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인지장애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패턴을 탐지하기 위해 뇌파검사(EEG)를 스캔했다. 그들은 메이요 클리닉에서 뇌파검사를 받은 1만1,000명 이상의 환자로부터 데이터를 연구하여 뇌의 앞부분과 뒷부분의 뇌파 변화를 포함한 특정 차이를 확인했다. 존스 박사는 “인간은 그것들을 볼 수 없지만, 기계는 볼 수 있다”며 “언젠가 AI가 이러한 패턴을 기억력 문제가 나타나기 전에 조기에 감지하는 데 사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매 감지 알고리즘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팀은 AI와 자기공명영상(MRI)을 사용해 알츠하이머병을 감지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약 2,300명의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8,400명의 비환자에게서 얻은 약 3만8,000개의 뇌 영상을 이용해 모델을 훈련시켰다. 그후 연구진은 5개의 이미지 데이터셋을 통해 모델을 테스트하여 알츠하이머병을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는지 확인했으며, 모델은 90.2%의 정확도로 이를 식별했다고 연구 저자 중 한 명인 매튜 레밍 연구원은 설명했다.

향후 연구에서 MRI 데이터를 해석하는 데 있어 한 가지 어려움은 “사람들이 MRI 검사를 받으러 오는 경우, 대개 다른 증상이 있을 때만 방문한다”는 점이다. 이는 결과를 혼동시킬 수 있다. “사람이 병원에 와서 MRI를 받는 이유는 보통 건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UC 샌프란시스코 연구진은 특정 건강 상태가 미래에 알츠하이머병을 발병할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AI를 사용해 알고리즘을 설계했다. 그 건강 상태는 남녀 모두에게 해당하는 고혈압, 고콜레스테롤, 비타민 D 결핍, 남성의 발기부전 및 전립선 비대증, 여성의 골다공증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비환자를 포함한 500만 명 이상의 임상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해 모델을 설계했다. 별도의 비알츠하이머 환자 그룹에서 알고리즘은 향후 7년 이내에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게 될 사람을 72%의 정확도로 예측했다.

이 연구는 이러한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이 결국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가능성을 제기한다고 연구 저자 중 한 명인 앨리스 탕은 말했다. 이러한 상태와 알츠하이머병 간의 연관성은 다른 건강 문제를 겪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강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그녀는 “알츠하이머병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상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며, 이러한 상태를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는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이는 단지 경고 신호일 뿐이다. 추가 연구가 필요한 예측 도구”라고 덧붙였다.

■아직 초기 단계

일부 전문가들은 AI 연구의 많은 부분이 아직 초기 단계에 있음을 강조하며 주의를 촉구한다. 레베카 에델메이어 알츠하이머협회 부회장은 “이 도구들이 누군가의 위험을 예측하는 데 유효성이 입증되었는지 확인할 충분한 데이터가 아직 없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알츠하이머병과 다른 형태의 치매는 대개 증상이 나타난 후에 진단된다. 몇 가지 약물이 이를 늦출 수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 AI가 조기 진단을 가능하게 할 잠재력은 초기 유전자 검사 사용시 제기된 문제와 많은 부분에서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캡란은 “전반적으로 이 경우 AI는 좋은 것이지만 여기에는 큰 ‘그러나’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가 언급한 ‘그러나’에는 건강보험 및 고용주 차별의 가능성이 포함된다. “솔직히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볼티모어 출신의 은퇴한 과학작가인 조엘 슈르킨은 말했다. 그의 아내인 해양 생물학자 캐롤 하워드는 2019년에 70세의 나이로 알츠하이머병으로 사망했다. 슈르킨은 “몇 가지 약물을 제외하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76세인 캐슬린은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 거주하고 있는데, 올해 4월에 82세 남편을 알츠하이머병 합병증으로 잃었다. 그의 어머니와 누나도 이 병으로 사망했기 때문에 남편이 70대 중반에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았을 때 부부는 놀라지 않았다. 그녀는 “우리는 이미 그 위험 속에서 살고 있었고, 우리의 모든 일을 정리해 두었다”며 치매 여부를 미리 아는 것은 심각한 심리적, 재정적 결과를 수반하는 길고 느린 죽음을 예고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의 딸 중 한 명은 현재 40대 초반으로, 뇌 건강을 모니터링하는 연구에 참여해 조기에 질병을 발견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캐슬린은 AI 연구가 궁극적으로 조기 진단과 치료에 있어 극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저는 그것이 기적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캡란은 미래에 치매가 닥친다는 것을 아는 데에는 몇 가지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당신은 인생을 계획할 수 있다”며 “내년 휴가를 미루지 말고 떠나라. 중요한 일들을 정리하고 미리 논의해서 모두가 준비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큰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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