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5월 이후 주택용은 손못대
▶ 정치권 압박에 한전 적자 커질듯
올해 4분기 주택용 전기요금이 현 수준에서 일단 동결된다. 물가와 국민 부담을 고려한 조치인데 인공지능(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에 필요한 전력망 구축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전력은 23일 연료비조정요금의 기준이 되는 4분기 최종 연료비조정단가를 현재와 같은 ㎾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후환경요금·연료비조정요금 등 4가지 요소로 이뤄져 있다. 이 중 연료비조정단가는 변동성이 높은 유연탄 및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가격 흐름을 반영하기 위한 구성 항목으로, 매 분기 시작 직전 달 21일(휴일일 경우 21일 이후 첫 영업일) 발표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이번에 동결된 연료비조정요금을 제외한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후환경요금 등 나머지 구성 요소에 대해서는 별도의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조정 여부와 시기, 조정 폭 등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물가 당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현 정부 들어 전기요금이 많이 오른 데다 물가를 자극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8~9월 역대급 무더위로 전기 사용량이 늘면서 덩달아 전기요금이 크게 오른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지난달 주택 평균 전기 사용량은 363㎾h로 지난해 대비 9%가량 늘었고 누진제의 영향으로 전기요금은 이보다 높은 13%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8월 전기요금 고지서는 추석 연휴 직후 각 가구에 발송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한 방송에 출연해 “전기요금은 윤석열 정부 들어 50% 정도 인상됐다”면서 “이미 많이 인상했기 때문에 국민 부담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지금 부담의 정도가 어떤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력 업계에서는 여론과 정치권의 입김에 좌우되는 전기요금 결정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력 비수기인 9~10월이 인상의 적기인데 또다시 미뤄지면 한전의 부채가 더 불어날 수 있다. 한전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부채가 2020년 60조 5000억 원에서 지난해 120조 원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122조 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누적된 적자로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기차 등 첨단산업에 공급할 전력망 구축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배터리 등 미래 첨단산업 기반 조성 등을 위한 전력설비 확충을 위한 안정적인 투자 재원이 필요하다”며 “할 수 있는 자구 노력을 다해 전기요금 인상이 유일한 방책”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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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