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0일 화요일밤, 8주가 채 남지 않은 미 대선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후보간 생방송 TV토론회가 열렸다. ABC가 주관한 이번 토론에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공화당 후보인 도날드 트럼프 전대통령을 상대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토론 종료후 CNN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63%가 해리스가 이겼다고 응답했고, 호감도에서도 해리스가 45%로 토론전의 39%에 비해 6% 상승한 것으로 나왔다. 특히 부동층에서 48%가 나왔는데 이는 토론 전 30% 대비 괄목할 만한 숫자이다.
반면 트럼프의 호감도는 39%로 토론전 보다 2% 내려갔다. 친민주당 성향인 CNN의 여론조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대표적인 보수 언론인 Fox News 조차 트럼프가 힘든 토론을 했으며 화요일밤은 해리스를 위한 밤이었음을 인정했다.
실제로 방송을 지켜본 필자도 오프닝 순간부터 왠지 움츠러들어 보이던 트럼프와 달리 해리스는 트럼프의 연단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악수를 청한 후 자기 자리로 걸어가는 모습에서 해리스가 토론을 주도해 나가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예상대로 해리스는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않는 등 여유가 넘쳤고, 트럼프는 불만 가득한 도끼눈을 하고 노려보는 듯한 인상을 토론내내 풀지 못했다.
토론 전까지만 해도 최근에 후보로 재지명되어 준비기간이 짧은 해리스가 생방송 토론 경험이 많은 달변가인 트럼프에게 일방적으로 밀릴 것이란 관측이 대세였지만, 막상 막이 오르자 해리스의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행보는 트럼프를 수세로 몰아 부쳤고, 트럼프로 하여금 듣기에도 거북스럽고 황당한 사실무근의 주장을 늘어 놓게 만들었다.
이러한 토론 과정과 결과를 보면서 트럼프가 ‘지난 6월 27일 조지아주 애틀란타의 CNN 스튜디오에서 가진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토론회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그래서 바이든의 후보직 사퇴 빌미를 주지 않고 서서히 압박의 강도를 높혀 갔더라면 트럼프가 좀더 쉽게 대선을 끌고 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나아가 바이든이 2020년 출마 당시 재선에 나서지 않겠다던 약속을 어기고 던진 도전장, 이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유권자와 당내 부정적인 여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그의 측근들이 보통 9,10월에 열리는 토론회를 6월에 조기 강행함으로써 분위기를 쇄신시키려 한 선거전략,
그러나 오히려 참혹하게 드러난 바이든의 육체적정신적인 문제점, 후보 사퇴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바이든의 용퇴결단 등 일련의 사실들을 되짚어보면, 역사는 예나 지금이나 가정이란 있을 수 없고, 시간의 흐름을 따라 역설이 물고 물리며 일어나는 사실 그대로를 몽땅 쓸어 담아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떠내려 가며, 한시도 멈추지 않고 돌고 돌아 나아간다. 우리의 인생처럼. 향후 과정에 또 어떤 변수가 나타날지, 그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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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김/전 재미부동산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