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야 ‘의료 협치’ 좋지만 그냥 넘어갈 수 없어 ‘전면 리셋’ 요구

2024-09-07 (토) 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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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사과 등 정부 실정 책임론 부각

야 ‘의료 협치’ 좋지만 그냥 넘어갈 수 없어 ‘전면 리셋’ 요구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의료대란 대책특위 위원들과 함께 방문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결국 ‘절반의 백기투항’ 아닌가.” (국회 복지위 야당 관계자)

정부와 여당이 6일 의대 증원 문제에서 급선회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여야의정 협의체를 즉각 가동해 해법을 찾자고 호응했다. 동시에 “만시지탄”이라면서 의료 대란을 초래한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 협치’로 본격 전환하기에 앞서 정부의 실정을 부각시켜 주도권을 쥐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의대 증원을 놓고 이날 정부 여당은 “제로베이스에서 논의 가능”(대통령실), “2026년 증원 원점 논의”(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여야의정 협의체를 구성하자”(한동훈 당대표)며 일제히 유연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앞서 민주당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셈이다. 이재명 대표는 의료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의대 증원 규모·시기 등 의료개혁 전면 재검토 △국회 주도로 의료계가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 기구 구성을 제안해왔다.


여권이 전향적 메시지를 쏟아내던 그 시점에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선 ‘응급실 뺑뺑이’로 절규하는 영상이 흘러 나왔다. 위급상황에 몰린 2세 여아와 40대 임산부가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구급차를 타고 헤매는 모습이 담겼다.

이 대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응급실에 들어가지 못해 119 차 안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다”며 “모든 국민들이 아는 문제를 대통령, 총리, 장관, 차관, 참모들만 모르고 있는 듯하다. 제발, 이 영상을 보시라”고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참모진 문책을 요구했다. 정부 기조의 근본적 전환도 촉구했다. “의료개혁의 필요성과 정당성은 누구도 부정 못한다. 그러나 급하고 무리하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다 보니, 목적조차 훼손될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에 민주당은 한 대표가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와 관련, “시간 끌지 말고 다음 주라도 만나자”(노종면 원내대변인)고 환영했다. 다만 이 대표가 제기한 △정책실패에 따른 대통령의 사과 △복지부 장차관의 문책을 재차 강조했다. 의료계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정부 여당이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이라는 전방위 압박이자 신뢰를 잃은 정부 여당 대신 민주당이 의료계 설득에 앞장서려는 모양새다. 민주당 의료대란 특위 위원장인 박주민 의원은 “협의체 참여의 전제조건은 아니나, 원활한 논의를 위해 병행돼야 할 문제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여권이 꺼내든 2026년 증원 유예 카드보다 “전면적 리셋”(황정아 대변인)을 거론하며 더 치고 나간 것도 민주당이 의료대란 중재자로 나서겠단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박 의원은 “2026년 정원 재검토에 국한하지 않고 정원 규모의 과학적 추계 관련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료계가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던진 25년도 의대증원 백지화까지 검토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제시한 ‘2,000명’ 집착에서 벗어나, 증원 규모를 산출하는 독립기구를 구성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정부 여당의 진의를 의심하는 시각이 여전하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보도로 총선 게이트 의혹으로까지 번지는 상황에서 서둘러 출구전략을 모색한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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