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생각] 김광석이라는 큰 나무

2024-09-06 (금) 이성열/조선족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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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전, 2000년 1월 26일, 후러싱에 조선족이 1,000명도 안 되던 시절, 한인회(당시 이세종 25대 회장)가 스폰서가 되어 조선족 동포회(당시 최동춘 씨가 회장 당선)가 금강산 연회장에서 처음으로 탄생했다. 그 당시 한인회는 일주일 동안 신문과 방송에 공고를 올리고, 만 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조선족 몇백 명을 연회장에 모아 동포회를 탄생시켰다.

그때의 감격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아, 동포란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 이후로 조선족에 대한 한인들의 관심이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부터 한인들의 견해가 갈리기 시작했다.

조선족을 엄연히 우리의 동포로 여기는 한인들과, 조선족을 그저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중국인으로 여기는 한인들로 나뉘게 된 것이다.
한국의 재외동포법에서도 조선족들을 재외동포 대상에서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며 혼란을 빚었다. 뉴욕 한인회에서도 조선족들에게 한인회장 투표권을 줬다가 뺏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던 중, 지난달 29일 뉴욕 한인회 김광석 회장님이 뉴욕 조선족 봉사센터의 창립을 앞두고 “한인과 조선족 간의 관계를 다시 잇고 싶다”며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고 조선족 단체를 찾아왔다.

김광석 회장님은 한국과 미국에서 두 번에 걸쳐 복지학을 전공한 복지 전문가로, 30년간 한인봉사센터를 이끌며 이를 크게 발전시킨 장본인이다. 이번에는 한인회 회장으로서 한인회의 운영을 더 체계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개척자이자 개혁자로 알려져 있다.

김광석 회장님은 한인사회의 큰 나무이다. 그 나무는 많은 이에게 산소를 공급하고,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며, 안식처가 되어준다. 이제 그 나무는 더 커져 조선족이라는 불모지에도 그늘을 선사하려 하고 있다.

김광석이라는 나무 아래, 한인과 조선족 모두가 하나 되어 똑같이 안식과 시원함을 즐기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이성열/조선족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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