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종교인 칼럼 공감능력

2024-09-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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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택규 목사 / 산호세 동산교회 담임

현시대에 많이 통용되는 단어가 있다. 그것은 공감(Empathy)이란 말이다. 공감의 뜻은 "상대방이 처한 상황과 그 상황에서 그가 느낄기분을 이해하고, 그러한 기분을 느끼는 그사람의 입장을 깊이 이해하는 것’이다. 다른 이의 감정과 삶을 공감할수 있는 힘을 공감능력이라 말한다. 공감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하나는 효과적 공감이며 다른 하나는 인지적 공감이다. 효과적 공감은 정서적 공감이라고도 하며 우리가 선천적으로 지니고 있는 것으로 다른 이의 감정에 반응하는 것이다. 예컨대, 누군가 어떤 이유로 울고 있다면 우리는 그에게 휴지를 건네준다. 또 누군가가 우리에게 미소를 지으면, 우리도 미소를 지어준다. 인지적 공감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서서 이해해 주고 그에게 공감해 주는 것이다. 즉 자신이 상대방이 처한 상황으로 들어가그가 왜 그렇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이해해 보려는 노력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공감능력은 대인간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자질이 된다. 아니 인간관계의 핵심이다. 공감능력은 자신과는 많이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볼수있게 해주고, 오히려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세계로 자신이 들어가게 해주는특별한 자기 성찰법이다.

여러분의 공감지수는 어떠하신지..사람들 중에는 독불장군식의 사람이 있고 남들의 상황과 사정을 좀 더 이해하고 공감해 주는 사람들도 있다. 언젠가 좀 번잡한 길을 걸을때 Homeless 한 사람이 나에게 다가와 돈을 요구했다. 추운 날씨에 바람이 새는 옷차림새에 꾀제제한 모습이 너무 안되보여서 지갑을 열고 20불 짜리 두장을 건네주었다. 그러자 주변 사람들이 돈을 주지 말라고 했다. 이유인즉 그 돈으로 음식은 안 사먹고 마약을 구입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그들의 말이 맞을수도있다. 그 거리를 걷노라면 마약냄새가 솔솔 나는 것으로 보아 그곳 홈리스들중 마약을 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반면에 그들의 말이 틀릴 수도 있다. ‘홈리스 사람들은 모두 마약을 하는 사람들이다’ 라는 지독한 편견일 수도 있다. 돈을 주지 말라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서 내 머리 속에 들어오는 생각은 ‘이 사람들은 거리에서 사시는 분들의 입장에 전혀 공감을 못하고있구나”였다. 실제 구걸하는 홈리스 사람들에게 돈을주었다고 해서 그들이 다 그 돈으로 마약을 하지않는다. 동전 세탁소에서 자신의 옷을 빨아 입기도하고 돈을모아 음식을 사먹기도 한다.물론 싸구려 마약을 사는 사람들이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많은데 자신들이 경험하지 않은 그저 주위에서 들은 것으로 판단하는모습을 보면서 참 안타까왔다.

예수님은 외견상 형편없이 보이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셨을까? 예수님께서는 바리새인들,제사장들, 사두개인등 종교 지도자들에게는 단호하게 화를 내셨다. 그것은 그들이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고 위선적 삶에 빠졌기 때문이다. 허나 예수님은 그 외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이해하시고 공감하시고 품어 주셨다. 주님은 일반 백성들과 아프고 상처많은 사람들을 마음으로 받아주시고 치유하시고,사랑과은혜를 베풀어 주셨다. 오늘날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비난과 질책을 받는 이유들중 하나는 교회들이 예수님의 공감능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교인들이 흑백논리를 앞세워 세상 사람들에대해 공감하기는커녕 쉽게 판단하고 단정하기 때문이다. 사랑을 여러 각도로 설명할 수 있지만 그중 공감해 주는 것도 사랑이다. 육신적으로 아프고 가정과직장, 사업에 문제가 있고 재정적으로 어려운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요인분석과 칼같은 지적이 아닌 공감및 이해와 포용이다.상대방을 공감해 주면 먼저 자신의 마음에 위안과 평온함이 스며든다. 공감을 통해 인생을 얽매이게 하는 것으로부터 일정 부분 자유함을 얻는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모습으로 오셔서 우리의 삶을 공감해 주셨다. 주님께서 우리를 공감해 주심으로 우리는 평안과 위로를 얻고,상처가 회복되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다. 우리도 주위에 힘들고 지친 이와 함께 울어주고 함께 기뻐해 주었으면 좋겠다. 공감해 주는 것이 주님의 영성을 닮은 참 기독자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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