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6기 총출력 4억1600만㎾
▶ 글로벌 데이터센터 크게 늘어
▶10년간 70기 신설…용량 6%↑
▶그중 60%는 중·러서 가동 중
▶국가적 지원에 기술력 향상
유지비·공급망 위축은‘부담’
인공지능(AI) 보급에 따른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올해 전 세계 원자력발전소의 발전 능력(발전 용량)이 6년 만에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원전을 늘리고 기술에 투자해 에너지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일본원자력산업협회 통계 등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올 6월 기준 세계 원전은 총 436기로, 발전 능력은 약 4억 1600만 ㎾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최대였던 2018년 발전 능력(4억 1445만 ㎾)을 넘어서는 규모다. 닛케이는 지난 10년간 원전은 전 세계에서 약 70기가 새로 지어졌고 이에 따른 발전 능력은 약 6%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서는 한국 신한울 2호와 미국 보글 4호 등 새로운 원전 4기가 잇따라 가동을 시작했는데 이를 통해 453만 ㎾가 추가됐다.
원전 신설과 발전 능력 증가가 빠른 속도로 이뤄지는 주된 배경으로는 AI 보급에 따른 ‘데이터센터 급증’을 꼽을 수 있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365일 가동되는 수많은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를 포함하고 있어 엄청난 양의 전력을 소비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 시스템도 많은 전기를 쓴다. AI와 빅데이터 처리의 증가로 데이터센터의 수요와 규모, 처리 속도 등은 계속 늘거나 빨라지고 있어 전력 소비 역시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4년 전력 보고서(Electricity 2024)’에서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총 전력 소비가 2026년까지 1000TWh(테라와트시)를 초과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2022년의 2배다. 2022년 기준 전체 전력 수요 중 2%에 불과했던 데이터센터 비중 역시 2030년 8%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주요 국가 및 기업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脫)탄소’ 정책의 일환으로 원전 투자를 늘리고 있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다양한 재생에너지와 함께 ‘클린에너지’로서의 원전이 재평가받고 있다. 미국은 올 3월 재가동을 결정한 미시간주 팰리세이즈 원전에 대해 약 15억 달러의 대출 지원을 결정했고 핀란드도 지난해 4월 40년 만에 원전 신규 가동에 들어갔다. 1980년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기하기로 결정한 뒤 탈원전에 앞장섰던 스웨덴도 지난해 말 원전 신설에 관한 제한을 철폐하고 2045년까지 10기를 더 짓겠다고 ‘원전 유턴’을 선언했다. 프랑스의 경우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올 5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분사한 청정에너지 기업 ‘GE베르노바’로부터 일부 사업을 제외한 원전의 증기터빈 설비 사업을 인수하는 등 투자를 늘리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일본에서도 최근 전력의 안정 공급을 위한 원전의 신·증설 검토 및 논의가 진행 중이다. IEA는 “2024~2026년 전 세계적으로 신규 발전소가 상업 가동을 시작하면서 2026년 전 세계 원자력발전량이 2023년 대비 거의 10% 증가할 것”으로 봤다.
이 같은 움직임 속에 두각을 드러내는 곳은 중국과 러시아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총 39기의 원전을 새로 지어 발전 능력을 4배 끌어올렸다. 올 5월에는 쉰여섯 번째 원전이 가동돼 가동 중인 원전 개수로는 세계 2위인 프랑스와 같은 수준이 됐다. 러시아는 가동 가능 기수(33기)로 세계 4위로 지금도 계속 신규 원전을 건설 중이다. 최근 10년간 신설된 원전의 60%는 이들 두 국가가 차지하고 있다. 단순히 원전 개수에서 나아가 국가 주도 지원이 10년 이상 누적돼 기술 면에서도 상당한 진전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미국 싱크탱크인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은 올 6월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차세대 원자로에서 중국이 10~15년 (기술 면에서) 앞서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다만 수요에 비해 유지비가 크게 뛰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지난해 개최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는 미국과 유럽·일본을 중심으로 한 동맹국 22개국이 2050년까지 원전의 설비용량을 2020년 대비 3배인 약 12억 ㎾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각국은 온난화 가스를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전을 최대한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닛케이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600기 이상의 신설이 필요하지만 앞으로 예정된 신설 건수는 전 세계적으로 약 160기에 그치고 있다”며 “과거의 탈원전으로 공급망이 위축돼 원활한 정비가 진행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원전은 한 기를 짓는 데 1000만 개 이상의 부품이 사용된다. 건설이 중단되면 거대한 공급망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일본의 경우 이후 일본 내 공급망이 약화해 원자력 사업에서 20개 이상의 기업이 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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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송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