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인 유족 한국서 소송
▶ “예방조치 소홀 과실 인정”
고관절 골절 수술 후 퇴원했다가 폐색전증으로 돌연 숨진 미국인 환자의 유가족에게 병원 측이 4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1심 판단이 나왔다. 환자가 폐색전증 발생 가능성이 높은 백인이었음에도 신중하게 진찰해 예방을 위한 각종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 인정됐다.
26일 한국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최규연 부장판사)는 미 육군 군무원 A(사망당시 59세)씨 유족이 병원과 주치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들은 공동해 4억2,3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9년 8월 17일 오후 2시께 자전거를 타다가 빗길에 넘어져 왼쪽 고관절이 부러졌다.
그날 밤 병원에서 고관절 핀 삽입 고정 수술을 받은 뒤 상태가 양호하다고 판단돼 사고 엿새 만인 23일 퇴원했다.
그러나 퇴원 4일째인 27일 급작스럽게 몸 상태가 악화했고, 다른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2시간 30분 만에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사인은 피떡이 혈관을 막는 ‘폐동맥혈전색전증’(폐색전증)으로 나타났다. 유족들은 병원 측의 과실로 A씨가 사망했다며 총 15억7,600여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폐색전증이 동양인보다 서양인에게, 나이가 많을수록 더 발병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통상 고관절 수술 후 폐색전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은 기간은 수술 후 2∼3주 내지 1개월이고, 3개월까지 지속된다는 연구 결과를 들어 적절한 예방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미국인 남성의 기대여명(82.9세) 등을 토대로 A씨의 가동연한을 70세인 2030년까지로 보고, 앞으로 받을 수 있는 임금·군인연금 등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손해액을 산출한 뒤 피고들의 책임을 30%로 정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