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올림픽 등 각종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을 ‘태극전사’라는 말로 표현한다. 태극전사는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태극전사는 ‘태극’과 ‘전사’의 합성어이다. ‘태극’은 태극기를 달고 국제대회에 나가는 선수라는 의미다. ‘전사’라는 말은 운동선수가 마치 전쟁터와 같은 국제대회에서 실력을 겨룬다는 뜻이다. 미국 등 해외 언론은 태극전사를 ‘태극 워리어(Taegeuk Warriors)’라고 표기한다.
우리의 자랑스런 조국 대한민국의 태극전사들이 금메달 13개와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를 획득하며 17일간 열전을 벌였던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메달 순위 8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13개의 금메달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달성했던 역대 최다 금메달 타이 기록이다. 금, 은, 동 합쳐 총 32개의 메달은 1988 서울 올림픽 33개에 이어 역대 두번째 기록이다.
태극전사라는 말에 걸맞게 이번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대표팀을 상징하는 표현은 ‘총, 칼, 활’이었다. 외세가 침입할 때마다 총, 칼, 활을 들고 맞섰던 선조들의 용맹스러운 정기를 이어받은 덕분인지, 쇠젓가락으로 콩을 집는 유일한 민족이라는 DNA 덕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총(사격)으로 3개, 칼(펜싱)로 2개, 활(양궁)로 5개 등 10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태극전사들이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48년 만의 최소 인원 출전으로 금메달 5개라는 당초 목표를 초과 달성하고, 2012 런던 올림픽 이후 첫 두 자릿수 금메달을 따낸 바탕에는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젊은 피 ‘Z세대’가 맹활약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올림픽에서 2000년 이후 출생자인 Z세대가 획득했거나 합작한 메달은 32개 중 절반을 훌쩍 넘는 25개에 달한다.
임시현, 김제덕(이상 양궁), 반효진, 오예진, 양지인(이상 사격), 박태준, 김유진(이상 태권도), 안세영(배드민턴), 신유빈(탁구) 등 어린 선수들이 예상을 깨고 대활약한 덕분에 목표를 크게 웃도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악바리 근성은 물론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까지 갖춘 이들의 선전을 지켜보며 우리는 대회 기간 내내 웃고, 또 울었다.
Z세대 태극전사들은 기본적으로 유쾌하고 발랄하다. 지옥 훈련을 해내는 건 기본이다. 4년 후 전세계에서 한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이자 ‘천사의 도시’에서 열리는 LA 올림픽이 더 기대되는 이유는 이같은 Z세대 활약상 때문이다.
LA는 1984년 올림픽 당시 태극전사들이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7개로 처음으로 종합성적 10위를 차지했던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1980 모스코바 올림픽을 건너 뛰고 8년 만에 참가한 1984 올림픽에서 태극전사들은 유도와 레슬링, 복싱 등 전통적인 메달밭에서 무더기 메달을 따냈다.
파리 올림픽 폐막식에서 캐런 배스 LA시장이 안 이달고 파리 시장으로부터 오륜기를 이양받음에 따라 2028 LA 올림픽을 향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오는 2028년 7월 14일부터 30일까지 17일간 열릴 올림픽에서는 야구와 소프트볼, 크리켓, 스쿼시, 라크로스 등 5개 종목이 추가되며, 50여개 종목이 80곳 이상의 경기장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대회 기간 중 3만8,000석의 관중석을 갖춘 올림픽 역사상 최대 규모의 수영 경기장으로 깜짝 변신할 NFL 풋볼 경기장 소파이 스테디엄에서 박태환 이후 명맥이 끊겼던 수영 종목 금메달이 나올 수 있기를 기원한다. 1932년과 1984년에 이어 올림픽 사상 유일하게 3번의 육상 경기를 개최하는 LA 메모리얼 콜러시엄에서는 세번째 도전에 나서는 우상혁이 고대하던 남자 높이뛰기 정상에 오를 수 있기를 아울러 응원한다.
세풀베다 베이슨에서 열리는 양궁 경기에서 1984 LA 올림픽에서 시작됐던 여자 단체전 금메달 기록이 2028년에는 11개 대회 연속으로 이어지길, 한동안 금메달이 메말랐던 유도와 레슬링, 복싱 등 전통적인 강세 종목에서 다시 한번 무더기 금메달이 쏟아지는 쾌거가 이뤄지길, 다시 부활한 야구 결승전에서 KBO 리거들이 메이저 리거들과 금메달을 놓고 멋진 승부를 펼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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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