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원 변호사의 피와 살이 되는 노동법 이야기
5년반전에 고용된 케이시는 우리 회사 최고의 외국인 세일즈 직원이다.
보통 3명의 외국인 직원들을 고용하는데 다른 외국인 직원들은 기껏해야 2-3년 버티다가 그만 둔다. 그러나 케이시는 가장 긴 거의 6년 동안 일하면서 온갖 기록들을 갱신했다.
최고 세일즈 기록, 최다 고객 기록, 최장 무결근 근무 등 한인 직원들 보다 훨씬 우월한 사내 기록들을 보유하고 있다. 당초 외국인 시장 을 겨냥해서 채용했지만 케이시는 워낙 성격이 좋아서 사내 한인 직원들과도 사이가 아주 좋았 다.
지난 2021년 9월에는 멕시코에 있는 부인이 둘째를 낳는다고 했는데 당시 중요한 고객이 회사를 방문 한다고 하자 출산휴가도 반납하고 LA에 남아 회사에 헌신했 던 직원이다.
코비드 기간 동안인 지난 2020년에 회사 운영이 어려울 때는 회사 사정을 이해해 서 나서서 연봉도 삭감하면서 주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한글 이름 ‘케이시’를 머리에 타투로 남기는 한국에 대한 애정도 보여준 케이스를 외국인이나 용병 직원으로 보는 사원들은 아무도 없었다.
다른 외국인 직원들이 채용되면 나서서 회사에 적응하도록 도와주고 그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마치 자기 일처럼 회사와 직원들 사이에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그리고 연말연시 세일즈기간동안에는 큰 외국인 고객들을 도맡아 수주해서 큰 게임에 강한 에이스 역할도 했다.
더구나 승부욕도 강해서 경쟁사와의 대결에서 절대로 지고 싶지 않고 오히려 수십년 동안 근무한 한인 직원들보다도 경쟁사와의 경쟁에 더 최선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던 케이시가 최근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올해 가장 저조한 세일즈 기록을 보였다.
물론 지난 6월25일에는 큰 딜을 수주해서 “그래도 우리 에이스는 케이시” 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그 후 한달 동안 단 한 건의 거래도 가져오지 못했다. 그래서 회사측은 케이시를 대체할 외국인 직원들을 광고를 통해 찾고 인터뷰했다.
이를 눈치 챈 케이시는 더욱 열심히 세일즈를 하려고 했지만 젊고 인터 넷에 능한 후배들을 이겨내기 힘들었다. 결국 회사는 지난 7월20일 밤 고별행사를 갖고 케이 시를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물론 세일즈 시즌은 아직 3개월 정도 남았지만 이 업계에서 여름 장사가 가장 중요한 데 더이상 케이시에게 맡기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작년에 입사한 데릭,재작년에 입사한 오스틴 등은 모두 선배 케이시를 통해 회사에서 없어서는 안 될 외국인 직원들로 성장했다. 이 둘은 케이시가 해고된다는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렸고 박차장, 김이사,오부장, 홍과장 등은 대성통곡을 했다.
특히 케이시와 환상의 세일즈 팀을 이뤄서 작년 세일즈 기록을 세웠던 박팀장은 아예 회사에 출근도 안 했다. 케이시가 입사했을 당시 새색시 였던 케이시의 부인 아리엘은 인제 두 자녀의 엄마가 되어서 남편의 갑작스러운 해고 소식을 듣고 눈이 빨개졌다.
케이시에게 회사가 채용 제안을 넣었을 때 멕시코에 살던 케이시의 약혼자 아리엘은 흔쾌히 예비 신랑의 결정을 지원하고 LA로 이주해 왔다.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리자 마자 외국 생활를 시작해야 했다.
아리엘은 해고 소식을 듣고 인스타그램에 남편을 향한 편지를 남겼다. 아리엘은 “우리는 해고 소식에 완전 멘붕이었고 슬펐지만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당신이 자랑스럽다는 것이다”고 했다.
회사는 그동안 케이시가 거래했던 고객들과 그 가족, 전현직 직원들을 불러서 깜짝 고별행사를 벌여줬다. 이 업계에서 세일즈 시즌 중간에 해고되는 외국인 직원을 위해 이렇게 행사를 해주기는 이 회사 42년 역사에 처음이었다.
이사장은 고별사에서 “케이시는 매 세일즈마다 최선을 다했고, 본인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다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어떤 직원으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케이시는 “회사를 위해 희생을 하게 됐고 최고의 팀 플레이어로 기억되고 싶고, 세일즈를 잘 했다는 직원으로 기억되고 싶다” 고 눈물을 흘렸다.
케이시는 5년반 동안 결근 한번 없이 꾸준하게 출근하면서 동료 외국인 직원들이 아프거나 부진할 경우 쉬는 날도 없이 회사를 위해 출근했다. 실력 뿐만 아니라 인성까지 하나도 빠질게 없었던 직원인 케이시는 회사를 나가면서 고별행사에 참석한 손님들을 향해 큰 절을 올렸다.
위 이야기는 5년반 동안 한국의 LG 트윈스의 에이스 투수로 활약했던 케이시 켈리 이야기를 한인 회사에서 근무한 외국인 직원으로 변경해서 만든 것이다. 한인사회에도 이런 직원들이 당연히 있을 것으로 보고 앞으로도 계속 많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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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