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싶어,
I want to die but I want to eat tteokbokki: a memoir, Baek Sehee, Bloomsbury, 2022
안녕하세요, 한국 일보 구독자 여러분. 오늘은 가벼운 문체로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싶어'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제목부터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이 책을 저는 출판 당시부터 뉴스를 통해 알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이 책이 전통적인 출판사가 원고를 선택하여 독점점으로 출판되는 방식이 아닌 인터넷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하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출판된 책인데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 이후 많은 사랑을 받아 베스트셀러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수필로 분류되어 학술서를 위주로 구매하는 대학 도서관인 저희 해밀턴 도서관의 특성을 고려하였을 때 구매는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한국인이 아닌 학생이 이 책의 영문판 ‘I Want to Die but I Want to Eat Tteokbokki: A Memoir’을 구매해 달라고 요청하였고 그 이후 한국어판의 구매 요청도 여러 차례 들어왔습니다.
저는 다양한 책을 구매해 달라는 요청을 받지만 한 책의 구매 요청을 이렇게 여러 학생에게 받은 것은 이 책이 유일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이 저희 학생들을 비롯한 젊은 독자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두 가지 챕터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첫번째 챕터는 실제 작가가 우울감과 불안감을 치료받기 위해 의사와 나누었던 상담을 그대로 옮기고 있습니다.
실제의 대화를 가감 없이 옮긴 터라 ‘이런 이야기까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가 본인 마음의 가장 깊고 부끄러운 부분들을 꺼내 보이고 있습니다. 두 번째 챕터는 작가의 기분과 생각을 기록한 일기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책을 읽어보고 저는 왜 이 책이 저희 학생들 세대에서 큰 인기를 끌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크던 작던 어느 정도의 불안과 우울을 가지지 않고 살아가기는 힘들 것입니다. 특히 아직 나이가 어려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어떻게 자신의 내면을 살피고 다루어야 하는지 깨닫는 시기에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이 책이 위로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독자들이 차마 ‘찌질'해 보일까 드러내기 힘들어하는 이야기를 작가가 대신 말해주고,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공감해주니까요.
작가의 불안과 우울은 완치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불안과 우울도 어쩌면 항상 우리와 함께 하겠지요. 하지만 맛있는 떡볶이가 있는 한 우리는 또 하루를 살아나가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