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지원 법률 칼럼] 쌍방 과실

2024-07-26 (금) 정지원/상해사고 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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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주의(negligence)로 인한 교통사고 케이스에 있어 양측이 서로의 잘못을 주장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교차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의 경우, 거의 모든 운전자들이 상대측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한다. 만약 쌍방과실로 인해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면 누가 책임을 물어야 될까?

쌍방과실로 인한 사고의 책임 여부는 사고가 발생한 주의 법이 기여과실(contributory negligence)이냐, 아니면 비교과실(comparative negligence)을 따르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기여과실일 경우, 원고가 사고의 단 1%라도 책임이 있다면 어떠한 배상도 받을 수 없다.
미국에서 기여과실 제도를 따르는 곳은 앨라배마, 워싱턴 D.C., 매릴랜드, 노스캐롤라이나, 그리고 버지니아 밖에 없다.


뉴욕을 비롯한 대다수의 주는 ‘비교과실’을 적용한다. 비교과실이란 원고의 과실 비율에 따라 피고의 책임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제도다.

예를 들면, 교차로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A라는 운전자가 파란불에서 좌회전을 시도하던 중 반대쪽(역시 파란불)에서 과속으로 오던 B의 자동차와 충돌했다. A는 이 사고로 갈비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객관적으로 보면 A가 잘못했다. 교통법규에 따르면 직진하고 있는 자동차(B)는 반대쪽에서 좌회전을 하는 차량(A)보다 우선권(right of way)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사고가 위에서 언급한 기여과실 주에서 발생했다면 A는 아무리 부상이 심각하다 해도 B로부터 배상금을 받아낼 수 없다.

그러나 이 사고가 뉴욕에서 발생했다면 A는 B를 상대로 소송이 가능하다. A의 과실이 높긴 하지만 B의 과속도 사고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만약 A의 과실 비율이 70%라면 B의 과실 비율인 30%에 해당하는 배상금을 받아낼 수 있다. 즉, A의 부상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금이 10만달러라고 가정한다면 A는 B로부터 3만달러를 받아낼 수 있다.

뉴저지의 경우, 뉴욕과 같은 비교과실 주이긴 하지만 큰 차이가 있다.
뉴저지는 수정 비교과실(modified comparative negligence)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뉴저지에서 발생한 사고의 경우, 원고가 피고보다 더 많은 과실을 범했다면 배상을 받을 수 없다. 즉, 원고의 과실이 51% 이상이면 뉴저지에서는 소송을 하더라도 패소한다.

따라서 만약 위에서 언급한 사고가 뉴저지에서 발생했다면 A는 B로부터 배상금을 받을 수 없다.

<정지원/상해사고 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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