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치테러·증오·총기폭력 안 된다

2024-07-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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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발생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는 경악할 만한 대사건이었다. 비밀경호팀의 경호를 받는 대통령 후보가 공식 유세장에서 저격범의 총격에 자칫 사망할 뻔한 일이 21세기 미국에서 벌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었을 뿐 아니라 그동안 양극단의 분열상으로 치달아 온 미국사회의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20세의 총격범 토머스 매슈 크룩스가 도대체 어떤 동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암살하려 했는지는 영구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그가 현장에서 비밀경호대 스나이퍼에게 사살돼 그에 대한 직접 조사가 불가능한 데다, 수사기관이 그의 컴퓨터와 휴대전화, 소셜미디어 등을 샅샅이 뒤져보고 주변 인물 200여 명을 조사했지만 범행의 배경을 드러내줄 만한 어떠한 기록이나 단서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미한 부상에 그쳤으니 망정이지, 만약 총탄이 조금만 더 옆으로 갔더라면 미국 사회는 상상할 수 없는 극도의 대혼란으로 빠져들었을 것이다.

어느 사회에서든 어떠한 형태의 정치적 테러와 폭력이라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로 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면 정상적인 민주국가가 아닐 것이다. 지난 대선 이후 발생했던 트럼프 지지자들의 1.6 의회난동 사태도 또 다른 형태의 정치적 폭력이었다. 이번에는 반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폭력의 표적이 됐으니, 정치적 신념과 진영을 떠나 증오와 극단의 정치는 더 이상 안 된다는 자성이 절실히 필요하다.

또 이번 사건에서 총격범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눈 총기가 그동안 수많은 총기난사 비극을 일으켰던 AR-15 반자동 소총이라는 점은 총기규제 강화가 시급함을 웅변하고 있다. 이같은 대량살상용 무기가 합법적으로 구입돼 정치 테러나 무고한 인명을 앗아가는 데 사용되는 길을 차단하는데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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