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새 영화 ‘터치’(Touch) ★★★★½ (5개 만점)
▶ 현재ㆍ과거 교차되며 부드럽게 그려
▶조용하며 감수성 가득한 연출로
▶첫 사랑의 기쁨과 이별의 아픔을
▶가슴 속 깊이 파고들도록 묘사
미코(왼쪽)는 상냥하고 부드럽고 순수한 크리스토퍼에게 서서히 마음을 주게 된다.
치매 초기증상이 있는 초로의 남자가 증상이 더 악화하기 전에 50년 전에 잃어버린 첫 사랑을 찾아가는 여정기로 로맨틱하고 아름답다. 그가 고향인 아이슬랜드를 떠나 첫 사랑의 여인을 만난 런던을 거쳐 여인이 사는 일본을 찾아가는 과정이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면서 부드럽고 민감하게 그려지는데 느닷없이 사라져버린 참 사랑이 남자에게 남긴 여운이 보는 사람의 가슴을 압박해 들어온다.
아이슬랜드 영화로 액션영화를 잘 만드는 발타사 코마쿠어가 감독했는데 매우 부드럽고 상냥하며 조용하며 감수성 가득한 연출로 사랑의 기쁨과 이별의 아픔을 가슴 속으로 파고들도록 묘사하고 있다. 눈물과 미소를 함께 머금은 영화로 약감 감상적이긴 하지만 감독은 이 것이 지나치지 않도록 잘 절제를 하고 있다.
아이슬랜드 레키아빅에서 작은 식당을 경영하고 있는 크리스토퍼(에질 올람슨)는 얼마 전에 아내를 잃고 혼자 살고 있다. 동네 합창단의 단원인 그는 기억력이 쇠퇴해 의사를 찾아 갔더니 의사가 치매 초기증상이니 더 늦기 전에 생애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한 일을 하라고 권고한다. 영화는 코비드-19이 전 세계적으로 번지기 시작하던 2020년 3월부터 시작한다.
이에 그는 50년 전에 깊이 사랑했던 여인 미코(코키)를 찾아 미코를 만났던 런던으로 떠난다. 1960년대 말 크리스토퍼(팔미 코마쿠어-감독의 아들)는 런던의 대학서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노동자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학생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조, 학업을 중단하고 일본 식당의 접시닦이로 취직한다.
히로시마에서 이민 온 보수적이나 인정 깊은 타카하시(마사히로 모토키)가 경영하는 식당에서 크리스토퍼는 성실히 일하며 일어를 공부하고 그의 성실성에 감동한 타카하시로부터 일식 요리법과 하이쿠까지 배운다. 타카하시에게는 아름답고 개방적인 딸 미코가 있는데 크리스토퍼는 미코를 보자마자 그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미코는 자유분방한 자기를 엄격히 통제하려드는 아버지가 불만이다. 한편 영화는 타카하시의 고향을 히로시마로 골라 전쟁과 핵폭탄의 후유증을 거론하고 있다.
애인이 있는 미코는 처음에는 키다리 갈비씨인 크리스토퍼를 그냥 종업원이자 친구 정도로 생각하다가 그의 부드럽고 온순하고 순수한 태도와 영혼에 서서히 마음이 다가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느린 속도로 서로를 향해가던 둘은 마침내 깊은 사랑에 빠져 영육을 다한 관계에 이른다. 그런데 어느 날 크리스토퍼가 식당에 일하러 갔더니 식당이 문을 닫고 타카하시와 미코가 사라져버렸다. 왜 타카하시 부녀가 갑자기 폐업을 하고 사라져 버렸는지 그 이유는 50년 후에 밝혀진다.
런던을 다시 찾은 크리스토퍼는 수소문을 해 과거 식당에서 일하던 히토미(멕 쿠보다)를 찾아내 히로시마의 미코가 사는 집 주소를 받는다. 그리고 크리스토퍼는 일본행 비행기에 오른다.
주인공들의 연기가 아주 좋다. 이 것이 영화를 한층 고상하게 만드는 이유다. 수줍은 듯한 팔미 코마쿠어와 밝은 모습의 코키의 화학작용이 절묘하고 착 가라앉은 에질 올람슨과 겉은 엄격하나 안으로는 부드러운 인간성을 지닌 마사히로 모토키의 연기도 듬직하다. 모두들 티를 내지 않는 겸허한 연기다.
프로덕션 디자인과 촬영도 좋고 특히 고요하고 잔잔히 물 흐르듯 하는 음악이 좋다. 마지막 부분에 가서 다분히 멜로드라마 기운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달콤 씁쓸하면서도 인간성 있고 평화롭고 우아한 영화로 마지막 장면이 참으로 아름답다. 제목처럼 가슴에 와 닿는 영화다. 아이슬랜드어와 일본어와 영어 대사.
<
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