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명품백 등 받고 한국위해 활동”
▶ 비공개 간담회 내용 국정원 유출, 외국정부 대리시 신고의무 위반
수미 테리(사진)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영향력 있는 한인 대북 전문가인 수미 테리(사진)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한국 정부를 위해 불법으로 활동한 혐의로 16일 기소됐다.
17일 데이미언 윌리엄스 뉴욕 남부연방지검장과 크리스티 커티스 연방수사국(FBI) 뉴욕사무국 부국장 대행은 전날 테리 선임연구원을 뉴욕시에서 체포해 신병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연방검찰은 그가 고가의 저녁 식사와 명품 핸드백 등을 받은 대가로 한국정부를 위해 활동했다는 혐의를 두고 있다.
검찰은 이날 공개한 공소장에서 테리가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과 비공개 대화 내용을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국정원 요원에게 넘기는 등 한국 정부를 위해 비공개 정보를 취득하고, 한국 당국자들이 미국 당국자들을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하는 활동 등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테리는 국정원에서 명품 코트와 가방, 고급 식사, 3만7,000달러의 연구자금 등을 받았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이처럼 외국 정부를 위해 활동하려면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에 따라 법무부에 관련 사실을 신고해야 하지만, 테리는 그러지 않았다고 검찰은 지적했다.
수미 테리의 변호인은 그녀에 대한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인 이민자 출신인 테리는 하와이와 버지니아에서 성장했으며, 뉴욕대에서 정치과학으로 학사를, 보스턴 터프츠대에서 국제관계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2001년부터 CIA에서 근무하다 2008년 퇴직했으며, 그로부터 5년 뒤인 2013년 6월부터 한국 정부의 대리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고 소장은 적시했다.
수미 테리는 당시 주유엔 한국대표부 참사관이라고 소개한 인물과 처음으로 접촉했고, 이후 10년 동안 루이비통 핸드백과 3,000달러 가량의 돌체앤가바나 코트, 미슐랭 식당에서 저녁 식사 등을 받은 것으로 검찰은 소장에 제시했다.
그는 또한 최소 3만7,000달러 가량의 뒷돈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수미 테리는 2001년부터 CIA에서 동아시아 분석가로 근무했고, 2008~2009년에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한국·일본 및 오세아니아 과장을 지냈으며, 동아시아 국가정보 담당 부차관보까지 역임했다.
이후에도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원, 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국장 등 다양한 기관에서 일하며 대북전문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한편 테리 기소를 계기로 최근 사임한 정 박 국무부 대북고위관리 겸 부차관보의 사임 배경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공소장에는 테리가 2021년 4월 16일께 워싱턴DC에서 국정원 요원과 저녁을 먹으면서 “과거에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정보위원회(NIC) 고위급을 역임했으며 한국 업무도 담당하는 국무부 고위당국자와 테리의 친밀한 관계”에 대해 논의했다고 적혀있다.
공소장에서는 정 박 전 부차관보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여기에 설명된 고위당국자의 이력이 정 박 전 부차관보와 유사하다.
국무부에서 북한업무를 ‘전담’하는 최고위 인사였던 정 박 전 부차관보는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국면에서 지난 5일자로 사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