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종교인 칼럼> 버려진 땅, 버려진 사람들…

2024-07-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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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훈 목사/ 새누리선교교회 담임

지난 주중에 교회 성도들과 함께 나바호 원주민 단기 선교를 다녀왔다. 나바호 족은 미국 내에 500 부족이 넘는 인디언 부족중에 가장 큰 부족이며 대부분은 나바호 인디언 보호구역에 거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가 섬기는 교회는 지난 10년 이상에 걸쳐 여섯 번 아리조나 지역에 위치한 나바호족 단기선교를 다녀 왔다. 팬데믹 으로 중단 되었다가 5년 만에 재개한 선교 여행이었다. 너무나 오랜만에 다시 가게 되었기에 설레임과 더불어 어떻게 변해있을지 모르는 긴장감 가운데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체험한 값지고 소중한 경험들을 몇 가지로 간추려 보았다.
먼저 나바호족 상황은 내가 예상 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렵고 힘든 상황이었다. 팬데믹을 지나가면서 나바호 지역이 더욱더 고립되고 황폐해 졌다. 무엇보다도 팬데믹 기간에 헤아릴 수 없는 수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한다. 미국 그 어느 지역보다 팬데믹의 피해가 컸으며 특별히 팬데믹 초기에는 정부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해 속수무책으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에 감염이 되어 죽은 것이다. 당시에 마스크 조차 구할 수 없어 내가 섬기는 교회에서도 어렵게 마스크를 구입해서 보내주었던 기억이 난다. 나바호 땅에 갈때 마다 버려진 땅이요 버려진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전에 보다 훨씬 더 많이 눈에 띄는 버려진 텅 빈 집들의 참혹한 현실을 보면서 무척 마음이 아팠다. 역사가 증거 하듯이 나바호 사람들 가운데 존재하는 치유되기 어려운 상처와 불신들… 팬데믹을 지나가면서 정부로부터 외면 당한 것으로 인하여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상처와 불신은 더욱더 깊어진 것으로 보여졌다. 그래서 그런지 가가호호 방문시 우리 일행을 보면 전에는 반갑게 문을 열고 맞아 주었는데 이번에는 일부러 문을 걸어 잠그거나 슬며시 피하는 모습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가뜩이나 동네 분위기가 을씨년스러운데 마음의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사람들과 대화 하기를 꺼려하며 스스로 고립되고 두려움 가운데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나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나바호 단기선교를 통해 얻은 소중한 경험들도 많았다. 먼저 이번 단기 선교는 평상시 보다 절반도 되지 않는 적은 인원인 22명이 참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때보다도 하나님의 크신 역사를 체험하는 선교가 되었다. 처음에는 참석자의 숫자가 적어서 위축이 되었지만 참가자 모두가 일당백의 역활을 감당해 주었다. 어느 한 사람도 게으름 피우지 아니하고 열정적으로 섬겨주었다. 무엇보다도 스스로 할 일을 열심이 찾아 섬기는 모습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 이것을 통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참석한 숫자가 적고 연약함을 느꼈기에 더욱더 하나님의 능력을 의지함을 통해 상상을 초월하는 놀라운 기적들을 체험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소중한 경험은 바로 나바호족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VBS(여름 성경 학교)를 통해 체험되었다. 팬데믹 이후로 많은 젊은 가정들이 나바호 지역을 떠났고 또한 남아 있는 사람들도 여전히 밖에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기에 평상시 100명이 훌쩍 넘는 숫자보다 휠씬 적은 40여명의 아이들이 참석을 했다. 처음에는 너무나 적은 아이들의 참석 숫자에 실망이 되었지만 오히려 숫자가 적었기에 그 어느때보다 깊은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아이들 하나 하나를 세심하게 돌볼수 있었다. 그리고 한가지 신기한 것이 있었는데 예상보다 많은 20여명의 유스 학생들이 참석했다는 것이다. 어린 아이들의 숫자에 비해 비율적으로 많은 유스 아이들이 참석한 것이다. 왜 그런가 생각을 해보니 팬데믹이 일어나기 전까지 매년VBS를 진행했는데 바로 그 당시 참석했던 어린 아이들이 이제 5년 동안 성장이 되어서 어엿한 유스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단기 선교팀이 매년 섬기는 VBS 가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님을 깨닫게 된 것이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또 누구든지 제자의 이름으로 이 작은 자 중 하나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자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 사람이 결단코 상을 잃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 (마태복음10:42) 에서 “이 작은 자 중에 하나에게” 즉, 버려진 땅에서 무시당하고 소외된 나바호 사람들에게 작으나마 사랑의 나눔을 실천함으로 돈으로서 살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된 선교 여행됨에 감사가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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