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관암은 5년 생존율이 29%에 불과해 ‘고약한 암’으로 불리는데,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환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11년 5,444명에 불과했지만 2021년 7,617명으로 10년 새 40%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담관암은 초기에 별다른 증상이 없어 수술받을 수 있는 환자는 20~30%에 그치고 있다.
■한국 담관암 사망률 ‘세계 1위’
한국 암 환자 평균 5년 생존율이 70%를 웃돌지만 담관암은 평균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담관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이 29%로 췌장암(15.2%) 다음으로 낮아 폐암(36.8%)·간암(38.7%)보다 예후가 좋지 않다(2022년 발표 국가암등록통계).
한국 담관암 환자 사망률(10만 명당 11.6명)도 일본(7.4명)·체코(6명) 등보다 크게 높아 사망률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국제 학술지 ‘Gastro Help Advances’ 2022년). 한국 담관암 유병자는 2만8,000여 명(2021년 기준)으로 췌장암 유병자(1만8,000여 명)보다 많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암이다.
담관암은 간에서 만든 쓸개즙(담즙)이 흐르는 담관(담도·간에서 십이지장까지 연결되는 관)이나 담낭(쓸개·담즙을 일시적으로 보관하는 7~10㎝ 정도의 창고)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담관암은 간 내 담관암, 간 외 담관암, 담낭암(50%) 등 세 가지를 통칭해 이른다.
담관암도 다른 암처럼 초기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려운 암의 하나다.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됐을 경우가 많다. 대개 소화가 잘 안 되거나 배가 아프고 속이 더부룩한 흔한 소화기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담관암 진단을 받는 환자가 적지 않다.
담관암의 대표적인 증상은 ‘황달’이다. 황달은 담관이 폐쇄되고 담즙 배출이 막혀 혈액 내 빌리루빈(담즙 주성분) 수치가 높아져 생기는 현상이다. 또한 소변 색깔이 진해지고 온몸에 가려움증이 생기기도 한다. 담도 폐쇄가 진행되면서 간 기능이 떨어지기도 한다.
복통이나 체중 감소, 피곤함, 식욕부진, 구토, 명치 통증 등 비특이적인 증상도 나타난다. 장성일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담관암 증상은 대부분 비특이적이어서 일반인이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담관암 조기 검진법이 없어
간암·위암 등과 달리 담관암은 조기 진단할 수 있는 검진법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다.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로 진단할 수 있지만 별 이상이 없는 사람이 이들 검사를 정기적으로 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간흡충 감염·간내 담석증 등이 위험 요인이지만 명확한 발병 원인은 아니다.
담관암 생존율이 낮은 것에는 신약 개발이 더뎠던 것도 한 요인이다. 담관암은 항암 치료 의존도가 높은 질환이지만 12년 전 항암화학요법(chemotherapy)이 표준 치료가 된 이후 새로 등재된 치료제가 없었다. 항암제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서구에서 담관암이 그리 많이 발생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면역항암제인 ‘임핀지(성분명 더발루맙)’가 2022년 한국에서 담관암 치료에도 쓰이게 됐다. 체내 면역체계를 자체적으로 강화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면역항암제는 항암화학요법보다 부작용이 덜하며 효과가 장기간 지속되는 등 유의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
<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