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들, 고금리 장기화 속 기준금리 0.5%p 인하 효과 봐”
정크(투자부적격) 등급 대출에 대한 시장의 투자 수요 증가에 힘입어 미국 기업들이 올해 500조원 이상의 부채에 대해 이자율을 낮게 재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 시장조사업체 피치북LCD 자료를 인용해 올해 들어 미 기업들의 정크 등급 대출 리프라이싱(가격 재조정) 계약 규모가 3천910억 달러(약 543조원)로, 동기 대비로는 2002년 이후 최대라고 보도했다.
정크 등급 기업들이 담보를 제공하고 받는 대출을 의미하는 레버리지 론이 1조3천400억 달러(약 1천862조원) 규모인데, 리프라이싱 계약 규모가 전체 레버리지 론의 29% 수준에 이른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 전략가들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여전히 5.25∼5.5%로 유지 중이지만 이미 레버리지 론 시장에서 미국 기업 다수가 0.25%포인트씩 2차례 금리 인하에 준하는 수혜를 봤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정크 등급 대출에 대한 수요 증가는 위험 대출을 다른 상품으로 재조합해 판매하는 투자회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밥 슈워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이라면서 "살 수 있는 게 없다 보니 가격 재조정 급증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덕분에 기업들이 가격 재조정을 통해 대출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피치북LCD 자료를 보면 21일 기준 정크 등급 대출 시장의 39%가 액면가보다 거래 가격이 높았다. 이는 고점이던 5월 중순의 65%보다는 낮지만 전년 동기의 2.4%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대표적으로 소프트웨어 업체 시트릭스의 모회사인 클라우드소프트웨어그룹은 65억 달러(약 9조원) 규모 대출에 대한 금리를 0.5%포인트 낮췄고, 헬스케어업체 메드라인은 61억 달러(약 8조4천억원) 규모 대출에 대한 스프레드(금리 차이)를 3%에서 2.75%로 줄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