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이든의 불체자 구제, 트럼프의 반이민 정서

2024-06-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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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내 불체 신분 이민자들을 구제하는 내용이 담긴 행정명령을 내놓았다.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한 불체 신분 이민자들이 10년 이상 미국에 거주했을 경우 합법 체류신분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려는 것이다.

지금까지 미 시민권자의 불체 신분 배우자가 영주권을 따기 위해서는 반드시 본국으로 돌아가서 절차를 밟아야했다. 이 경우 미국으로 다시 올 수 있다는 보장 없이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 해서 해당자들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는데 장벽이 돼온 게 현실이었다. 이번 행정명령이 시행되면 이들이 더 이상 추방 공포에 떨지 않고 미국에 계속 체류하며 합법적으로 영주권을 받을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히스패닉계 커뮤니티의 표심을 끌어오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오바마 행정부 시절 도입한 불체 청년 추방유예(DACA) 도입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서류미비자 구제가 이뤄진다는 면에서 한인사회를 비롯한 이민자 커뮤니티 전반에 긍정적인 조치임에 분명하다. 더욱이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경 위기를 강조하며 반이민 공세를 지지층 결집을 위한 선거 전략으로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바이든의 이번 조치의 상징성은 더 크다 하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행정명령에 대해 비판하면서 “매일 더 많은 미국인이 (불법 외국인) 범죄자들의 손에 강간당하고 유괴되며 잔인하게 살해되는데 조 바이든은 그들을 미국으로 석방하고 있다”는 식으로 이민자 전체를 범죄자 취급하고 비하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실제 범죄를 저지른 불법 이민자들은 제재하고 추방하는 것은 응당한 일이나, 마치 모든 이민자들이 범죄자인양 막연한 불안감을 부추기는 반이민 정서는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

“내가 당선되면 임기 첫날 (바이든의 행정명령을) 폐기할 것“이라는 트럼프의 선언은 그가 올해 대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단지 반이민 정서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제도상으로도 ‘반이민 광풍’이 다시 몰아칠 것임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반이민 정책의 회귀를 막기 위한 방법은 한인사회를 비롯한 이민자 사회의 결집된 목소리와 적극적인 투표 참여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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