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물 쓰기도 불편하고
화장실 가기도 불편하고
군불 넣기도 불편하고
산길 오르내리기도 불편하다
그렇게 불편을 오래 사용하다 보니
‘불’자가 떨어져 버렸다
‘편하다’ 도현
산사의 일이 저리 편할 줄은 몰랐다. 편한 건 도시 문명의 전유물인 줄 알았다. 따뜻한 물 언제나 틀면 나오고, 마당 가로질러 화장실 갈 일 없고, 아궁이 군불 넣을 일 없고, 산길 오르내릴 일 없으니 불편한 줄 모르고 살았다. 그렇게 편한 걸 오래 사용하다 보니 편한 줄을 모르겠다. 불편을 오래 사용하면 ‘불’이 떨어질 줄 몰랐다. 편한 걸 오래 사용하다가 지구 문명에 ‘불’이 붙을 줄 몰랐다. 아니, 정말 모르고 있을까? 불편을 길들여서 편해지는 비방의 실천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이다. 반칠환 [시인]
<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