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ngdom of the Planet of the Apes
▶ 새 영화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종의 전쟁’ 이후 7년 만의 후속작
▶딥페이크로 구현한 완벽한 기술력
유인원이 지구의 지배자된 세상에서 라카(피터 에이컨)는 노아의 앞에 나타난 인간 소녀에게‘노바’(프레야 앨런)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20세기 스튜디오 제공]
‘혹성탈출’ 시리즈의 네 번째 리부트 영화다. ‘진화의 시작’(2011)과 ‘반격의 서막’(2014)에 이어 ‘종의 전쟁’(2017)으로 진화한 유인원의 리더 ‘시저’가 죽은 지 몇 세대가 지난 후의 이야기다. 세상은 오아시스로 보이지만 유인원들이 지배적인 종족이 되고 인간은 그림자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로 전락했다. 그러나 이렇듯 평화로운 세상에도 포악한 독재자는 여전히 존재한다. 시저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프록시무스 시저(반격의 서막에 등장하는 보노보)는 완전한 군림을 위해 인간들을 사냥하며 자신의 제국을 건설하기 위해 무차별한 폭력을 휘두른다. ‘인간과의 공존’을 중시하던 시저의 신념을 어기고 다른 종족과 퇴화한 인간들을 노예로 삼는다.
1968년 찰톤 헤스턴이 주연으로 나온 고전 영화 ‘혹성탈출’을 시작으로 10번째 영화인 ‘혹성탈출’은 웨스 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볼 감독은 “시저가 전설이 되어버린 시대 바깥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리고 순진한 유인원들의 이야기”라며 “지난 3편의 영화가 석기 시대의 유인원이었다면 4편에서 유인원은 청동기 시대에 접어들었다. 다양한 부족 내에서 문화가 발전하는 것을 보기 시작했고 인류가 떠난 세상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인류의 부재로 인해 침식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인공인 노아(오웬 티그)는 애완 독수리를 키우고 싶은 유인원들이 둥지에서 알을 훔칠 때도 종족의 번식을 위해 알 하나는 반드시 남겨두라는 가르침을 받고 자랐다. 그런 노아가 처음 발견한 독수리 알들을 친구들에게 양보하고 다른 알을 확보하기 위해 험한 산을 오르는 오프닝 시퀀스는 실제로 유인원의 세상이 존재하나 싶을 만큼 현실적이다.
시각특수효과(VFX)를 최대치로 끌어올려 인간보다 대사가 많은 유인원의 립싱크가 완벽에 가깝고 유인원의 얼굴에 나타나는 세세한 감정 묘사는 스토리 전개보다 기술력에 더 집중하게 만든다. VFX는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2014)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에릭 윈퀴스트 감독이 이끄는 웨타 FX팀이 담당했다. 윈퀴스트 시각효과 감독은 “모션 캡처팀과 온셋팀으로 구성했다. 모션 캡처 팀은 배우의 연기의 얼굴과 몸을 캡처하는 일을 맡았고, 온셋 팀은 라이더 스캔과 기준 사진 촬영으로 세트와 장소를 캡처하여 디지털 공간에서 조명을 재현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 과정에 도입한 첨단 기술 중 하나가 배우의 얼굴을 촬영하는 ‘해드 마운트형 페이셜 카메라”라고 설명했다.
배우가 머리에 쓴 헬멧에 장착된 두 대의 얼굴 카메라가 얼굴의 입체적 모형을 재구성하고 배우 얼굴에 100개가 넘는 방점을 찍어 3D 데이터로 변환하여 연기의 모든 순간을 더욱 미묘하게 기록하는 것이다. 즉, 절반 이상이 컴퓨터 그래픽 환경에서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활용한 인간 이미지 합성 기술로 탄생한 CGI 캐릭터다. 윈퀴스트 감독은 “얼굴 캡처 없이는 퍼포먼스 캡처라고 할 수 없다”며 “2022년 1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에서 로케이션 촬영이 이루어졌다. 퍼포먼스 캡처를 야외촬영에 적용했고 디지털 캐릭터인 독수리를 제외하고는 로케이션 촬영과 퍼포먼스 캡처를 통한 사실적인 CGI 캐릭터 구현”이라고 자부했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의 주제는 지난 리부트 3편(일명 시저 3부작)과 유사하다. 투게더, 즉 조화로운 공존이다. 그래서 이런 메타포를 넘어 인간성을 생각하게 만든다. 젊은 유인원 ‘노아’가 우연히 숨겨진 과거의 이야기와 ‘시저’의 가르침을 듣게 되고 의문의 한 인간 소녀 노바와 함께 자유를 향한 여정을 시작하면서 모두 함께 생존하거나 실패하거나인 상황에서 공존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볼 감독의 의도대로 이 영화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 되고 이 환상적인 세계의 렌즈를 통해 인간으로서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바라보게 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유인원과 인간의 공존에 더해 인공지능(AI)과의 공존을 실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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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