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정지출 늘어 인플레 부담…12월 금리 내릴 듯”
2024-05-08 (수)
서울경제=김흥록·윤민혁 특파원
▶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 작년 재정지출 규모 6.2조달러
▶팬데믹 전 5.3조달러보다 높아
▶고령화 진행에 적자폭 확대
▶저출산 한국은 지출 주의 필요
6일 로스엔젤레스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2024’에서는 늘어나는 정부 부채에 대한 글로벌 빅샷들의 우려 목소리가 잇따랐다.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것은 물론 현재 한창인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헤지펀드 시타델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켄 그리핀은 “전체 미국 경제를 보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진다”며 “정부 재정 지출이 늘어나면서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점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업무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재정 지출은 지난 회계연도에 6조2000억 달러로 전년(6조7300억 달러)보다 15.5% 줄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재정 지출을 늘리기 전이었던 2019년 5조3100억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그리핀 CEO는 금리인하와 관련 “미국이 선거를 앞두고 9월에 금리를 인하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12월에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11월 미국의 대선을 앞두고 연준이 9월에 금리를 내릴 경우 정치적인 행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12월로 늦출 수 있다는 취지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미국의 약점을 재정 적자로 꼽았다. 그는"미국의 재정 적자는 당황스러운 수준"이라며 “미국은 재정 지출을 갈수록 확대하기 때문에 재정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미국이 현재 고령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점점 세수가 줄어들면서 재정 적자가 더욱 깊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오르기에바의 IMF 총재의 이같은 지적은 미국보다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빠르게 나타나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IMF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D2) 비율은 2019년 42.1%에서 코로나19를 거치며 2021년 51.3%로 50%를 처음으로 넘은 것으로 분석했다. IMF는 올해 한국의 정부 부채가 GDP 대비 56.6%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이후에도 지속 증가해 2029년에는 59.4%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날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일 경우 재정 확대에 관대한 접근이 가능하겠지만 고령화가 진행되는 국가라면 지출 규모에 대해 매우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단기 미국 전망에 대해서는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그는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올해 목표치인 2%까지 하락하고 연준이 연내 금리인하를 시작한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연준만이 다루는 것이 아니라 미국 기업들의 손에 달려있기도 하다”며 “기업들의 원활한 공급망 복원 작업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연준 내 3인자로 꼽히는 존 윌리엄스 총재은 “현재 연준의 통화정책이 매우 좋은 위치에 있다”며 “결국 금리인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시기를 특정하지는 않으면서도 연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것과 맥이 닿는 발언이다. 윌리엄스 총재는 미국 경제에 대해 “아주 좋다”며 “지난해 3.1%의 성장은 놀라울 정도로 큰 성장이고 고용시장 참가율도 늘어났으며, 소비지출, 투자 모두 튼튼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성장률이 2.2~2.5%로 예상하는데, 이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감소하는) 보다 균형잡힌 수준”이라고 말했다.
월가의 수장들은 투자처로서 미국의 매력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론 오핸리 스테이트스트리트 회장 겸 CEO는 “증시의 호조는 인공지능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일 수 있지만 결국은 미국 경제에 대한 기대”라며 “많은 이들이 미국으로 건너오고 있으며 미국은 팬데믹 충격에서 매우 빠르게 회복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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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김흥록·윤민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