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UH 해밀턴 도서관 산책 (9)

2024-05-0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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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전쟁 컬렉션(1) - 터키군 아카이브

해밀턴 도서관이 처음 한국 전쟁 관련 자료를 수집한 것은 2023년 터키군 장교로 한국 전쟁에 파병되었던 수크루 도간 소령이 간직하고 있던 전쟁 시기 자료들을 입수하면서부터 였습니다.

북한의 남침 이후, 미국의 요청으로 개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북한의 군사행동을 침략행위로 규정하였고 이에 따라 유엔은 북한에 군사행동을 중단하고 한국에서 철수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북한이 이를 거부하자 유엔은 한국전쟁에 군대를 파견하기로 결정했고, 이 결정에 따라 터키군은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해 여단급 대규모 병력을 파병한 4개국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터키는 미국에 이어 참전을 결정한 두 번째 국가로 21,212명을 파병했으며, 각종 전투와 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966명이 사망하고 1,155명이 부상 당했으며 244명이 포로로 잡혔습니다.


이는 참전한 유엔군 16개국 가운데 네 번째로 많은 사상자 수였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2002년 한국과 터키가 월드컵에서 3위 결정전을 가진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 당시에 우리는 한국팀과 함께 터키팀도 응원하였고, 터키는 형제의 나라라고 하였었죠. 이는 한국 전쟁에 터키가 치른 희생에서 비롯된 것일 터입니다.
도간 소령의 자료들은 터키군의 당시 실상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먼저 세 종류의 등사 잡지가 있는데요, 이는 터키군 내부에서 소식지로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세계 1차대전부터 장거리 항해를 하는 군대들은 선상에서 소식지를 발행하고는 했는데 터키로 귀국하는 터키군 또한 이 전통을 따랐고 이 잡지들에는 터키 국내 뉴스와 선박 라디오를 통해 얻은 한국의 전쟁 상황에 대한 보도뿐 아니라 짧은 기사, 시, 유머러스한 삽화 및 영감을 주는 인용문이 실려 있습니다.

나머지 한 부는 터키 여단 차원에서 발간한 잡지로 다양한 섹션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각 섹션에는 한국의 역사, 종교, 지리, 한글에 대한 설명, 구체적인 전투에 대한 세부 정보를 포함한 한국 전쟁의 상황, 한국의 지도, 당시 복무하던 터키 여단 병사들, 터키 전사자들, 부산 묘지에 있는 전사자들의 무덤 위치와 그들의 이름이 올라있습니다.

이 잡지들 이외에서 당시 귀국 예정이던 터키 군인들의 명단, 전쟁 포스터, 그리고 도간 소령이 한국과 일본에서 촬영한 당시 사진들이 수집되었습니다.

한국 전쟁이 휴전 협정으로 멈춘지도 70년이 지났습니다. 어느측의 승전으로도 끝나지 않은 한국 전쟁에 참여했던 해외의 젊은이들은 승전의 기쁨도, 영광도 없이 각자의 나라로 돌아갔고, 이제 한국 전쟁은 ‘잊혀진 전쟁'이라고 칭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국가에 뿌리를 둔 우리들은 그들의 희생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그런 취지로 저희 해밀턴 도서관은 앞으로 꾸준히 한국 전쟁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교육하고자 합니다. 한국일보 애독자 여러분의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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