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국 ‘충구이 메뉴’

2024-05-02 (목) 고광본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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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충구이(窮鬼)’ 메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충구이는 거지·가난뱅이 등 궁한 사람을 뜻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불투명한 경기 전망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저가 식사를 의미하는 충구이 메뉴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 외식 업체인 난청샹은 최근 3위안(약 570원)에 죽·두부·두유 등 7가지로 구성된 조식을 내놓았다. 맥도널드는 ‘1+1 세트’를 13.9위안(약 2,600원)에 선보였다. 이케아는 금요일마다 일부 음식의 가격을 절반 할인한다.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충구이 요리법을 공유하는 글이 넘쳐난다. 지난해 중국에서 폐업한 음식점은 약 136만 개에 달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년 이후 최대치다. 올해 1분기 문을 닫은 요식 업체는 45만 9,000곳으로 전년 동기보다 232.6% 급증했다. 반면 1분기 문을 연 요식업체는 73만 1,000곳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4% 감소했다. 그럼에도 식당 개업이 폐업보다 많은 것은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청년층(16~24세)의 실질 실업률이 4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3월 청년 실업률은 15.3%였지만 중국 당국이 올해부터 학생·취업준비생을 제외한 ‘실제 구직자’만을 대상으로 통계를 잡는다는 점을 감안한 수치다. 현재 중국에서 명문대와 대학원을 나오고도 노는 경우가 흔하다. 높은 청년 실업률은 이른바 ‘묻지마 폭력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소셜미디어에는 떡 진 머리에 파자마를 입고 슬리퍼를 신고 출근하는 모습이 유행한다.

중국 경제의 침체로 우리나라의 대 중국 수출도 지난해 6월부터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급기야 올 1분기 대중 수출(309억 달러)은 대미 수출(310억 달러)보다 근소하게 뒤쳐졌다. 이는 2003년 2분기 이후 21년 만이다. 지난해 1.4% 경제성장률에 그친 우리나라는 중국이 기침을 하면 감기에 걸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았다. 따라서 이제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시장 다변화와 경제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고광본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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