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종교인 칼럼 창조적 파괴자

2024-04-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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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봉대 목사/ 에벤에셀교회

성경의 역사가들은 예후가 북이스라엘 아합 왕권을 무너뜨린 것을 예후의 혁명이라고 말한다. 솔로몬이 죽은 후 이스라엘은 남북으로 분열되었다. 북이스라엘을 세운 여러보암은 예루살렘 성전에서 예배를 드리지 않고 단과 벧엘에 별도의 국가 성소를 세우고 금송아지를 만들어 숭배하도록 하였다.

북이스라엘의 오므리 왕은 사마리아를 수도로 삼았으며, 그의 아들 아합은 시돈의 공주 이세벨을 왕비로 맞아들였는데, 바알과 아쉐라를 섬기는 종교혼합주의에 빠지고 하나님의 예언자들을 죽이고 나봇의 포도원을 강탈하는 등, 온갖 악을 행하였다. 이렇듯 북이스라엘의 왕 아합과 그의 아들 요람(여호람)이 악을 행하자 선지자 엘리사는 예후를 왕으로 기름 부으며 아합 왕가를 멸하도록 하였다.

“예후가 일어나 집으로 들어가니 청년이 그의 머리에 기름을 부으며 그에 게 이르되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이 내가 네게 기름을 부어 여호와 의 백성 곧 이스라엘의 왕으로 삼노니 너는 네 주 아합의 집을 치라 내가 나의 종 곧 선지자들의 피와 여호와의 종들의 피를 이세벨에게 갚아 주리라.”(왕하 9:6~7)


예후는 북이스라엘 왕 요람을 포함한 아합의 아들들과 요람을 문병 왔던 남유다의 아하시야 왕과 그의 형제들을 모두 죽였을 뿐만 아니라 아합의 왕비 이세벨을 죽이고 사마리아에 있는 바알 제사장들까지 모두 죽였다.(왕하 9~10장)

예후는 아합 왕권에 의한 규칙과 질서를 완전히 무너뜨림으로 기존의 사회를 불규칙과 무질서의 상태로 파괴시키고 자신이 왕권을 세웠다. 그러나 그의 왕국은 4대에 머물렀기 때문에 역사가들은 예후의 혁명을 실패한 혁명이 라고 평가한다. 예후가 왕권을 장악하고 만든 규칙과 질서들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 아합 왕권의 규칙과 질서를 다시 반복하였기 때문이다.

“예후가 전심으로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의 율법을 지켜 행하지 아니하며 여로보암이 이스라엘에게 범하게 한 그 죄에서 떠나지 아니하였더라.”(왕하 10:31)

오늘날엔 혁명이라는 말보다 혁신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 모든 조직이 혁신을 부르짖는다. 경제학자인 조지프 숨페터(Joseph Schumpeter, 1883~1950)는 “혁신이란 창조적인 파괴과정을 의미하며, 혁신이야말로 기업 발전의 원동력이다.”라는 말을 했다. 혁신을 통해 성공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사람을 창조인(Chaos Maker) 혹은 창조적 파괴자(Creative Destroyer)라고 말한다.

삶의 혁신을 위해서는 낡은 규칙과 질서를 파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수행하는 사람을 파괴자(Trouble Maker)라고 말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멈추면 말 그대로 트러블 메이커일 뿐이다. 기존의 규칙과 질서가 파괴된 뒤 불규칙과 무질서의 상황에서 새로운 규칙과 질서를 세워 나가야 한다. 이것을 수행하는 사람을 문제 해결자(Manager)라고 말한다.

예후는 아합 정권을 무너뜨린 파괴자이긴 하였지만 새로운 규칙과 질서를 세우는 문제 해결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낡은 규칙과 질서를 파괴하고 새로운 규칙과 질서를 세우는 사람이 창조적 파괴자다. 창조적 파괴의 첫걸음은 익숙한 것들과 헤어지는 것이다. 당시 북이스라엘은 종교혼합주의에 빠지고, 온갖 불의한 일을 자행하였는데, 예후의 혁명에도 불구하고 이런 것들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또다시 우상을 숭배하고 악을 행하는 일을 반복하였던 것이다.

한때 기독교인을 박해하는데 앞장섰던 바울은 다메섹 도상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후 변화되어 복음을 전하는 사도가 되었다. 사도 바울은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갈 2:29)이라는 고백처럼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킨 창조적 파괴자였다. 사도 바울과 같이 성도는 창조적 파괴자로서 세상에 속한 낡은 습관과 죄악의 허물을 벗어버리고 하나님 안에서 새롭게 변화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롬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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