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처 살해 혐의 세기의 재판’ OJ 심슨, 암 투병 끝 사망

2024-04-12 (금) 12:5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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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풋볼 스타로 최고 인기

▶ 살인 무죄 첨예한 논란
▶민사재판에선 혐의 인정

‘전처 살해 혐의 세기의 재판’  OJ 심슨, 암 투병 끝 사망
아내 살해 혐의로 기소됐다가 재판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전 프로풋볼 스타 O.J. 심슨(사진·로이터)이 사망했다. 향년 76세.

프로풋볼 명예의전당 회장 짐 포터는 11일 발표한 성명에서 심슨이 전날 암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포터 회장은 심슨의 전립선암 진단이 약 두 달 전에 공개됐으며, 그가 이후 항암 치료를 받아왔다고 덧붙였다.

심슨은 1994년 전처 니콜 브라운과 그의 연인 론 골드먼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오랜 재판 끝에 형사상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사건 자체는 미제로 남아 있다. ‘세기의 재판’으로 불린 이 재판은 미국의 엄격한 증거주의 판단 등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1947년 샌프란시스코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심슨은 어린 시절 구루병에 걸려 5살 때까지 다리에 보조기기를 착용해야 했다. 하지만 운동 신경이 뛰어났고, 지역의 체육센터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풋볼 스타의 꿈을 키웠다.

1967년 USC에 편입해 풋볼 스타로 큰 인기를 얻었으며 NFL에서 11시즌을 뛰면서 1973년 러닝백으로는 최초로 2,000야드를 넘게 뛰는 등 여러 기록을 남겼다. 이런 공로로 1985년 프로풋볼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선수 생활 이후에는 스포츠 캐스터와 영화배우, 렌터카업체 허츠의 대변인·광고모델 등으로 활동하며 부와 명성을 쌓았다. 그는 친구들에게 “나는 흑인이 아니라 O.J.이다”라고 말하곤 했으며, 인종적인 편견과 차별을 딛고 성공한 흑인의 표상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1994년 6월 백인인 그의 전처와 그 연인이 LA에 있는 자택에서 잔인하게 흉기에 찔려 사망한 뒤 며칠 만에 경찰이 심슨을 살인 혐의로 체포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그의 운명은 바뀌었다.

특히 사건 발생 5일 후 경찰이 체포에 나서자 심슨은 약 2시간 동안 친구가 운전하는 차량 뒷좌석에서 권총을 들고 자살을 위협하는 모습이 TV 방송으로 생중계되면서 스포츠 영웅이었던 그의 명예는 급추락했다.

결국 그는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이 재판은 그가 한때 최고의 인기를 누린 스타라는 점과 함께 인종 문제와 가정폭력, 경찰의 위법 행위에 대한 논란을 촉발하며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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