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의과대학생 증원계획

2024-04-11 (목) 이인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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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부가 40개 의과대학의 신입생 모집정원을 매년 2,000명씩 늘리기로 결정한데 대하여 의과대학과 의료계는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관여해야하는 상황까지 온 것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앞선다. 의사의 숫자를 제한함으로써 그들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심산일 것이다.

법조계는 이 과정을 이미 겪었다. 왜정 때의 산물로 고등고시를 통해서 일년에 약간 명만 선발해서 그들의 희소가치를 누리다가 미국을 따라 변호사를 늘리기 시작하더니 2020년에는 1,768명의 변호사를 배출했다.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면허는 자격을 부여할 뿐 직업을 부여하는 제도가 아니므로 시험에서 합격선을 통과하는 수험생 모두에게 자격을 부여해야한다. 전문직 역시 수요공급 원칙에 따른 경쟁을 조성해야한다.

수요공급의 자연적 순환이 안 될 경우 정부가 나서야한다. 1985년 도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결행을 회상한다. 연방공무원인 항공통제사가 파업했을 때 대통령이 명했다. “직장으로 복귀하라. 불복하는 자는 해고한다. 연방공무원으로 고용하지 않을 것이다.” 복귀한 자도 있었지만 복귀하지 않은 1만1,345명을 해고하고 공군 현역통제사를 배치해서 난국을 수습했다.


한국에서 정부시책에 협조하지 않는 의사들의 면허를 취소하고 군의관, 간호장교, 위생병으로 대치하는 방법으로 정부계획을 추진해야할 것이다. 의료분야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정부가 양보할 수 없는 영역이다. 헌법이 정부에게 부여한 권한이기도 하다.

장기적으로는 국방부 산하에 군 의과대학을 설립해야한다. 미국에서 하는 방법이다. 의사 충원이 어려워지자 군은 자체 의과대학에서 군의관을 양성하고 특과 군의관은 대학에 의뢰해서 양성한다. 내 조카는 대학졸업 후 유펜 치과대학원에 진학, 치과 군의관 후보로 발탁돼 수업중이다. 발탁되면 소위로 임관한다. 졸업과 동시 대위로 치과 군의관이 되는 제도다. 장교 월급을 받아가며 대학을 졸업하는 대신 3~4년간 군에 복무할 의무를 갖는다. 군 의과대학 입학률이나 특과 군의관후보 경쟁률은 일반 의과대학 경쟁률과 유사할 정도다. 남자의 군 복무가 의무인 한국에서는 우수한 군의관 후보 모집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측한다.

물론 장기적인 계획이다. 7-8년 후에야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계획을 추진할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때 한국법조계의 혁신을 위해서 영어에 능한 변호사를 미국 로스쿨 JD과정에 유학시키고 졸업 후 Bar시험을 거쳐 현지에서 법정경험을 2년 정도 쌓고 귀국해서 법조계 일원으로 근무하도록 제의했지만 마이동풍이었기에 하는 말이다.

기존의 법조인으로는 헌법과 판례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미국헌법의 사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유사하다. 중요한 것은 판례에서 파생하는 법리를 모르는 법조인이 법을 다루는 현실이다. 미국 로스쿨에서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판례에서 파생한 법리를 가르친다. 그래서 3~4년의 JD과정 훈련을 통해서 준비된 법조인을 만들라는 충언이었다. 법률은 중요하지 않다. 법률을 이해할 수 있는 법리를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관습상 이해가 안 되는 사회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군 의과대학 창설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짐작한다. 백년대계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과제임을 강조한다. 국민건강을 위해서 충분한 의료전문인이 양성되길 기원한다.

<이인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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