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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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의 종식

2024-03-30 (토) 여주영 / 뉴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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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쟁 당시 AP통신에서 일하고 있던 우트 기자는 1972년 1월8일 ‘네이탄팜 소녀’ 사진 한 장으로 베트남 전쟁의 참상을 전 세계인들에게 알렸다. 네이팜탄에 화상을 입고 알몸으로 울면서 달리는 소녀의 흉측한 모습 덕에 전 세계 반전운동이 심해졌고 결국 미군철수로 이어졌다. 이 사진을 찍은 사진기자는 1973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베트남 전쟁의 현장 속에 있지 않은 사람들이 어떻게 그 전쟁의 참혹함을 알 수 있었을까. 폭격에 옷까지 불이 타 맨몸으로 뛰쳐나오는 소녀의 모습, 벌거벗은 채 울며 온 몸에 화상을 입은 채 옷을 모두 벗어던지고 달리는 흑백 사진 속 소녀 덕에 알게 된 것 아닐까.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주민 간에 베트남전쟁을 방불케 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가자지구 민간인들은 지금 밤낮으로 이스라엘 정규군이 벌이는 공습을 피해 살면서 음식과 물을 찾아 헤매고 있다. 국제 구호단체 앰네스티 보고에 따르면 가자지구에는 이스라엘이 벌이는 대규모 학살 속에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연일 발생중이다. 이에 분노한 지구촌 시민들과 단체들이 곳곳에서 이스라엘 정부에 의한 제노사이드라면서 외치고 있다.


마침 한국에서는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18일부터 3일간 ‘미래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를 주제로 개최되었다. 회의 첫날,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활동가들이 방한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에게 팔레스타인 학살 지원을 중단하라는 집회를 열었다고 한다. 이에 미 국무부 인권담당 차관은 미국도 ‘두 국가 해법’ 등 노력 중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제노사이드(genocide)는 특정 집단을 고의적, 제도적으로 말살하는 행위다. 이스라엘은 현재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대규모 살상, 심각한 신체적 그리고 정신적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 유대민족은 2차 세계대전에서 벌어진 유대인 학살을 피해 팔레스타인 지역에 도착해 정착한 유대인이 늘면서 신규 정착민들인 유대인들과 기존 정착인들과의 사이에 학살의 가해자가 되어버렸다. 어린아이들과 부녀자들, 병원과 구급차를 폭격하고 물과 식량, 그리고 전기를 끊어버린 이스라엘 정부다. 인터넷에서는 유대인 학살을 직접 경험한 유대 후손들로 이루어진 현대국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민간인 학살 사진들이 돌고 있다. 이 사진을 보면서 세계가 혀를 차고 있다.

유대인이었던 예수는 유대인의 배타주의와 위선적인 율법주의를 비판하지 않았던가. 선민이면 선민답게 그들이 숭배하는 절대 신이 인간을 사랑하듯이 이웃도 똑같이 사랑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스라엘이라는 현대국가 형태를 갖게 된 유대민족은 지금 전 세계인들로부터 경멸과 질타를 받고 있다.

골든 룰(Golden Rule), 즉 황금률이란 자신이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원칙이다. 다양한 문화 속에서 갈등을 해결하고자 하면 황금률은 너무나 보편타당한 사회규범이다. 유대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뉴욕이나 반유대주의가 법적으로 범죄시되는 미국에서도 요즘은 변화가 감지된다. '반시온주의'와 '반유대주의'라는 용어를 놓고 역사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가자지구 도시 라파를 방문해 기아 방지를 위한 원활한 구호품 반입과 휴전을 촉구했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이런 취지로 전 세계 기자들 앞에서 호소했다면 이미 이스라엘은 명분상 진 것이나 다름없다. 그 며칠 후인 25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가자지구 즉각 휴전결의안'이 통과되었다.

오는 31일은 부활절이다. 부활절은 화해와 용서, 어둠에 대한 빛의 승리를 상징하는 특별함이 있다. 세계적인 갈등과 불협화음 속에서 부활절의 메시지는 지구상 모든 인류에게 변화와 화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스라엘은 학살을 그만 멈춰야 한다.

<여주영 / 뉴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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