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왕복 5시간 운전해 왔어요… 한국 잘 되라고 투표”

2024-03-28 (목)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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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대 총선 재외선거 첫날 투표소 현장

▶ 오전 8시 전부터 줄… 젊은 유권자들 많아
▶조홍식씨 1호 투표…“7번 선거 모두 참여”

“왕복 5시간 운전해 왔어요… 한국 잘 되라고 투표”

재외선거 첫 날인 27일 LA 총영사관을 찾은 유권자들이 기표 후 투표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박상혁 기자]

“왕복 5시간 운전해 왔어요… 한국 잘 되라고 투표”

1호 투표자 조홍식씨. [박상혁 기자]


제22대 국회의원선거(이하 총선) 재외투표 첫날인 27일 LA총영사관을 비롯한 전 세계 178개 재외공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는 사전 등록한 유권자들이 귀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LA 총영사관 투표소에서는 이날 오전 8시 투표소가 열리기 전부터 10여 명이 먼저 도착해 줄을 섰다. 이어 오전 내내 투표소를 찾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LA 총영사관 1호 투표자는 파라마운트에 거주하는 조홍식(74)씨였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아침 일찍 LA를 찾았다는 조씨는 “첫 번째 투표자가 될 줄은 몰랐다”며 활짝 웃었다. 조씨는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한국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제까지 7차례 재외선거에 모두 참여해왔다”고 밝혔다.

임태랑 전 LA 평통회장과 위재국 재향군인회 미서부지회 회장도 이날 오전 11시 총영사관 투표소에 나와 투표를 마쳤다. 임태랑 회장은 “정치 지도자들의 잘못된 선택으로 부유하던 나라가 한 순간에 흔들리는 경우도 많이 있지 않느냐”며 “투표권이 있는 한인들은 모두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찬희(58)씨는 딸 이재윤(20)양과 함께 투표를 하기 위해 샌디에고에서 LA를 찾았다. 이찬희씨는 “오는 29일부터 샌디에고 한인회관에 추가투표소가 설치되지만 여행계획으로 샌디에고에서 투표가 불가능해 왕복 5시간이 걸리는 LA를 방문했다”고 전했다.

샌디에고 주립대에 재학중인 이재윤양은 “한국에서 2번의 투표경험이 있으며 이번이 3번째 투표”라며 “한국인으로서 국민들 모두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줄 것 같은 후보와 정당에 내 한 표로 힘을 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총영사관 투표소에는 역대 어느 재외투표 때보다 젊은 유권자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띄어 이번 총선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했다. 4살 때 미국에 이민 온 김한나(22)씨도 투표소를 찾았다.

어렸을 때부터 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지난 21대 총선 때도 투표했다는 김씨는 “한국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를 바란다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국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던 중 봄방학을 맞아 LA를 방문한 조명철(24)씨는 LA총영사관에서 투표했다. 그는 성인이 돼 선거권을 갖게 된 이후부터 계속 투표를 해왔다면서 “정치인들이 청년을 위한 정책을 많이 만들어 준다면 청년들이 정치에 좀 더 관심을 가질 수 있고 나라가 발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LA총영사관 재외선거관리위원회의 철저한 사전준비로 투표 절차는 전반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투표소를 찾은 일부 한인들이 국외부재자와 재외선거인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혼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한인의 경우 영구유권자 명부에 등록된 재외선거인이었다가 한국에서 말소된 주민등록증을 다시 살려 국외부재자 자격이 됐는데 이 사실을 모르고 유권자등록을 하지 않아 투표를 하지 못했다. 또한 재외선거인 투표자 중 영주권 혹은 비자와 같은 국적확인 서류를 가져오지 않아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발생했다.


황성원 재외선거관은 “유권자 명부에 등재된 유권자 중에서 한국에 주민등록을 갖고 있는 국외부재자는 투표 당일 여권 등 신분증명서 1가지를 지참하고 투표소를 방문해야 하며, 주민등록이 없거나 말소된 재외선거인은 여권 등 신분증명서 외에 영주권 혹은 비자 등 국적확인 서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남가주를 비롯한 LA 총영사관 관할 지역의 경우 총영사관 투표소에서4월1일(월)까지 6일간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재외투표가 실시된다. 이밖에도 OC 한인회관, 샌디에고 한인회관, 애리조나주 아시아나마켓-메사 등 3곳의 원거리 투표소에서는 29일(금)부터 31일(일)까지 3일간 실시된다.

황성원 재외선거관은 “한국에 비해 투표소가 제한돼 있어 불편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투표기간 동안에는 투표에 우선순위를 두고 국민의 소중한 권리를 행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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